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상처라는 건 어떤 틈을 열어서라도 파고들기 마련인데, 그 마음을 드러내는 솔직함이 가려진 무언가를 보듬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곤 한다. 여러 형태의 죽음과 저마다 받아들이는 상처의 크기를 마주하며 순수한 고독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나의 상처가 더 아프다는 말보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단어는 어떤 정의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언어에 의해서 존재한다. 그렇게 시대를 반영하는 단어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이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언젠간 공멸에서 공존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마음의 창이 닫히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다른 시선에서 보면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시간에 머문 단어는 내면을 괴롭힌 것도 같지만, 실은 아니었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할 때, 분노하는 '나'에 맞추곤 한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마저도 표현할 수 있는 형태의 경계를 넘어서 생각하면 정반대의 마음과 그 감정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분노하는 '나'가 아닌 '감정'이라는 단어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글의 심연에 한없이 빠지게 하는 작가의 마음은 단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억으로 가득 채워놓는 단어는 문장이 되고 문장은 하나의 글이 되어 하나의 소설이 된다. 여러 세월에 거쳐 경험이 더해진 글의 깊이는 여러 번 보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인생을 표현한 이 글의 사유에 빠져드는 순간이 꽤 즐거웠다.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했고 또 굳어져 왔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내면에 따라 달라질 우리의 풍경은 어떤 모습이 될까.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새벽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나를 새벽에 있게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표현하듯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지고 새벽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 짧은 순간이라 더욱 짙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분위기는 끊임없이 새벽을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온전히 혼자가 된 시간에 읽었던 책<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은 지친 저녁을 지나서 밤이 되니 위로가 되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하는 순환의 고리는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이 생각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나고 바라보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원한 고민 속에 놓일 우리의 삶 속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려면 한참 먼 것 같다. 내면의 성숙을 틈틈이 다지고 나서 다시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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