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울 슈퍼 이야기 ㅣ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평점 :
이름도 친근하고 정겨운 방울 슈퍼는 꼭 주변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 500원을 모아 피카츄 돈가스나 쫀드기, 소위 불량식품이라고 불렸던 것들을 사 먹기 좋았던 슈퍼가 떠올라서인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판만 남았지만, 그때 그 자리에 남아있는 추억의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나의 기억에 남았다. 이제 책을 통해 마주한 <방울 슈퍼 이야기>는 황종권 시인의 첫 에세이로 추억 속에 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활기 넘치던 어린 시절의 방울 슈퍼를 소환해 낸다.
그가 살던 동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첫 번째 슈퍼인 방울슈퍼. 구멍만 한 추억에 새어 들어오는 방울 슈퍼는 동네의 따뜻한 무릎이자 골목의 꽃이었으며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이야기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에 국한되지 않는 현재의 모습이기도 했다.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는 하나의 추억은 또다시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추억을 되뇌며 절망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견디기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되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청춘의 아련함은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시대는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그 변화에 좌절하지 않고 기다리는 일이 아닌 찾아가는 일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는 계속해서 이어져 여기에도, 저기에도 흔적을 남긴다. 방울 슈퍼는 지금 없지만 그 기억의 흔적은 지금에야 도착한 것처럼 또렷한 형체를 가지고 있다. 방울 슈퍼는 사라지고 그 시절을 공유했던 사람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이 책을 마주하며 따뜻한 그 온도와 맛을 기억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생겨나지 않을까. 이 책에 남겨진 추억과 따뜻함은 어디에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고향이 될 수 있는 책이 될 것도 같다.
에세이를 보면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쏟아져 나오는 힐링 에세이에 피로감을 느껴서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보면 따뜻함을 온전히 전해 받을 수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명히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글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며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여름이라 차가운 온도가 좋지만, 때론, 이런 따뜻함도 있어야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며 사랑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했다. 살아가며 의미를 찾는 행위에 대해 의문을 품던 나에게 답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