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땅을 밟고 살아가지만 자신의 원형을 마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어떤 경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어려운 알으로 다가온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누군가의 지독한 방황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 <서울 이데아>는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어디엔가에 뿌리내리고 싶었던 이의 진정한 마음은 어디에 정착하게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스무 살의 준서는 유년 시절을 모로코와 프랑스에서만 보냈다. 이곳에서는 준서를 한국인으로 보지만 정작 자신은 한국에 대한 것을 하나도 몰랐다. 그런 상황이 다소 혼란스러웠던 준서는 이방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항상 겉돌았던 생활을 뒤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늘 엄마가 정해준 방향으로 자신의 정처를 옮기던 그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곳이었다. 목적지는 서울,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완전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낯설지만 뿌리내리고 싶었던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처음은 한국드라마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모습을 '서울'에서 찾곤 했다. 드라마 <비밀의 정원>을 통해 바라봤던 서울의 모습은 치열하지만 꿈과 희망으로 넘쳐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주제곡 <나무>를 들으며 즐기고 싶었던 이상은 현실의 모습과 많이 달랐고 그 모습을 좇을수록 자신과 닮은 것을 마주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익숙함을 배제하고 자신이 바라던 한국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준서. 생각과는 달랐던 대학생활이나 그 외의 것들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자신이 이곳에 뿌리내리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되새기며 서울에 점차 적응해 간다. 사실 가혹할 정도로 준서에게 절망이 연속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비자발적인 생활을 해왔던 준서에게 있어서 아주 큰 선택이었고 꼭 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기에 머나먼 한국으로 왔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길을 찾고 싶었고 그 발자취를 통해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독립'이라는 과정에서 꼭 중요한 장면이었다. 관계와 선택의 결과는 때론 가혹할지라도 다시 완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맞닿던 수많은 인연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모습은 참 마음이 아팠고 언젠가는 사랑을 쫓아 자신의 이데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어딘가에 속하고 싶었던 준서는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지만 '서울 이데아'라는 이상향에 절망한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그가 마주한 절망이 진심으로 아프게 다가온다. 준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던 빅토르가 마주한 현실이 우리는 과연 생각하고 선택한 대로 정체성을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나를 찾아가는 한 걸음처럼 느껴진다. 선배의 말처럼 한국인, 이방인에 국한되지 않고 그저 준서로 존재하는 '서울 이데아'에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 사랑을 향한 열정,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미숙함은 결코 우습지 않은 것이었다. 누구나 할 수 없어서, 나의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말이 훨씬 더 우습다. 비록 환상이라 할지라도, 원더랜드에 불과할지라도 나아가는 준서의 모습이 멋지게 느껴진다. 준서의 방황은 사실 그의 만의 것이 아니었다. 가장 자신이 바라던 모습에 근접하다고 느꼈던 빅토르가 겪는 고 민또 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여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