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은 '민족주의'와 '정치' 가 만들어낸 상상의 공동체이다.
앤더슨의 책 '상상의 공동체' 는 민족에 관한 논의에 일대 전환점을 이룬 책이다.
이 책의 발간 이후 민족에 대한 논의는 민족주의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민족의 형성, 또는 민족의 정체성, 그리고 더 나아가서 민족의 해체에 대해서 논의하게 하였다.
앤더슨의 출발점은 민족성, 혹은 같은 어원을 가진 민족됨과 민족주의는 특수한 종류의 문화적 조형물이라는 것이다"(23쪽).
민족을 “자체로 제한되어 있으면서 주권을 갖춘 것으로 상상되는, 상상의 정치적 공동체(an imagined political community--and imagined as both inherently limited and sovereign)”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상’이란 말은 민족 구성원간의 상호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다.
민족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서로 알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는 없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하나의 민족구성원으로 만드는 것은 상상에 의한 것이다.
한민족을 이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민족 구성원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은 그가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과 한민족 구성원이갖는 동질성을 갖고 있다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 개념/ 민족주의가 등장하기 이전 즉 근대 이전 사회에서 이미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기능을 하는 문화 체계는 ‘종교 공동체’와 ‘왕조 국가’였다.
하지만 중세 말기 이후 비유럽 세계에 대한 탐험과 인쇄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앤더슨에 의하면, 인쇄술의 발달은 동시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생성시키면서 ‘수평적이고 세속적이며 횡적인 시간’ 형태의 공동체들을 가능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공동체에 대한 상상과 동질성이 국가나 권력, 정치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국가나 권력,정치에 의해 만들어진 민족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곧 민족주의 이다.
앤더슨은 몇가지 민족주의를 제시하지만 독립적으로 하나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 연결되어서 작동한다.
1) 크리올 민족주의(creole nationalism): 모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정착한 이주민들이 모국의 간섭에 대해 저항하거나 혹은 모국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새로 만드는 대신 영어,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등의 지배자의 언어 또는 모국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예로미국, 남미 각국,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퀘벡, 싱가폴 등을 꼽을 수 있다.
2) 언어적 민족주의(linguistic nationalism): 민중적 민족주의’(popular nationalism) 민족의 공용어(lingua franca)를 만드는 민족주의. 유럽적 기원을 가지나 전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유형이다. 프랑스, 그리스, 노르웨이,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동티모르 등의 사례.
3) 관주도 민족주의(official nationalism):아래로부터의 민족주의, 민중적민족주의 대한 반동적 반작용으로 등장한다.
지배를 정당화 시키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 흔히 ‘어용적 민족주의’로도 번역된다.
러시아제국 민족주의, 오토만제국 민족주의, 프랑스제국 민족주의, 명치유신 이후 일제 민족주의, 중화민족주의, 박정희 정권의 민족주의 등이 사례이다.
역사적으로 이와 같이 크게 3가지 이고
4) 장거리 민족주의(long-distance nationalism): 모국이란 지역적 장소에 구애받지않는 민족주의. 특히 세계화 시대에 점점 대두 되는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 호주의 시크민족주의자, 미국 국적의 한국민족주의자의 경우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 반제국주의 운동에 기반한 언어적/민중적 민족주의와 이에 반동적으로 만들어진 관주도 민족주의가 공존하는 형태이다.
모형과 도용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의 유형별 설명이 나온 이후 앤더슨의 ‘상상’ 논의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스스로를 ‘죽음을 불사하는’ 애착의 대상으로 만드는 방식(8장 애국주의와 인종주의),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들도 민족주의의 도용 사례라는 것(9장 역사의 천사),
식민국가가 지배권을 상상하는 방식을 형성한 인구조사와 지도와 박물관이라는 권력제도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민족주의에 계승되었다는 것(10장 쎈써스, 지도, 박물관),
기억과 망각의 장치들을 통해 민족의 역사가 소급하여 구성되는 과정(11장 기억과 망각)으로 이어진다.
은유로서의 민족이 정치적 수사의 결과라면 민족이 태고시대부터 존재하여 왔
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민족에 대한 신화는 역사적 허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와 개연적인 관계를 가지는 구체적으로 ‘실재하는 운동’의 형태”인것도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여전히 이 상상의 공동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치의 영역에서 유의미하게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