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냄비와 라면을 끼워팔아서 '격' 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운운 하는건 꼰대들의 꼬장이라 가볍게 무시한다지만 그렇게라도 책을 팔아보겠다는 출판사의 '밥벌이의 지겨움' 은 참으로 눈물 겹다.
김훈에 대해 이야기 하면 늘 그의 화려하고 현란한 문체에 대한 말들이 뒤따른다. 유혹적인 그의 문체는 언어에 대한 자신의 고백에 닿아있다.
“소리는 몸속에 있지 않다.
그러나 몸이 아니면 소리를 빌려올 수가 없다.
잠시 빌려오는 것이다.
빌려서 쓰고 곧 돌려주는 것이다.
소리를 곧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 자리는 적막이다.
그 짧은 동안만 흔들리고 구르고 굽이치는 것이다.
소리를 거스를 수 없다.”(현의 노래 253쪽)
그에게 글 혹은 언어의 기표는 의미를 담기 위해 잠시 빌려 쓰는 것이며 그 의미는 곧 사라져 버린다. 작가가 단어 혹은 문장에 부여한 의미는 독자나 청중에게로 가는 순간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독자에게 기표는 이제 다른 의미를 생산해내고 다른 소통을 만들어 낸다.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는 '말의 의미' 즉 기의에 허무적이다.
기의가 기표에 의해 온전한 드러난다고 믿지 않으며 또한 전달된다고도 믿지 않는다.
“내가 무어라 말했을 때, 그 반대로 말을 해도 다 말이 되는 것 아닌가. 언어를 다루는 일의 힘겨움을 생각한다면 등에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그의 고백에 그의 진실이 담겨 있다.
허무주의는 김훈만의 매혹적인 문체를 만들어 낸다.
기의를 믿지 않기에 오히려 더욱 기표의 정제된 엄밀성에 집중한다.
의미의 소통에 허무하기에 공통의 기의만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말할수 있는 것들은 말할수 있다. 그러나 말할수 없는 것들은 말할수 없다" 는 그의 말은 기표와 기의간의 '가장 깊은 구멍'을 바라보는 허무주의자의 고백이다.
그의 에세이집은 언제나 즐겁다..^^
물론 예전에 읽은 글이 대부분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