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때는 ‘아, 이런 곳에도 광장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였다. 당시의 나는 일에 치여 사느라 이 광장의 존재 따위에는 크게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노인이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겨울에 차가운 밀크티를 마실 뻔했다. 과장처럼 들리겠지만 남한테는 ‘고작 밀크티’일지 몰라도, 지금 나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밀크티’다.
"자네는 돈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건성인 데다 갈피를 잡을 수도 없고, 순간적인 기분에 휩쓸려서 일을 크게 벌이려고 하지. 그래서 실패한 걸세."
아까 자네가 실수로 차가운 밀크티를 사려다가 멈춘 다음에도 자네한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 하나는 그대로 따뜻한 밀크티를 사는 선택지,
또, 따뜻한 밀크티를 사지 않는 선택지, 여기서 3분 정도 떨어진 슈퍼까지 걸어가서 100원이 필요 없는 밀크티를 사는 선택지, 이렇게 총 세 가지가 있었지.
"전 지금 여기서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고 싶었다고요!"
"그래. 자네는 방금 ‘지금’이라는 점에 얽매였어. ‘지금’ 당장 온기를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나한테 돈을 빌려서 밀크티를 산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재미도 없는 낯선 노인의 이야기를 듣게 됐지."
"돈이란 건 말이지, 참 신기한 물건이야. 사람은 그걸 가진 순간에 선택해야 돼. 쓸까 말까, 쓴다면 언제 무엇에 쓸까?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충동적으로 써버리지. 지금 필요하니까 지금 쓰는 거야."
"자네는 자칫하면 원하는 것과 다른 걸 살 뻔했어. 그리고 지금이라는 것에 얽매여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선택지를 스스로 포기했고."
"저, 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여기를 떠나고 싶지 않았고, 빨리 따뜻한 걸 마시고 싶었어요. 게다가 어두컴컴해서 자판기 글자도 잘 안 보였다고요!"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90퍼센트는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네."
돈이라는 건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만약 한 푼도 없었다면 자네가 밀크티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나? 포기하고 얼른 집에 가서 주전자에 물을 끓여 뜨거운 물이나 마시고 있겠지.
동전 몇 푼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자네는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어.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무조건 쓰고 싶어지는 모양이야
"사람은 돈이 있으면 그걸 쓰고 싶어 한다고 했네만, 대형 가전제품이나 텔레비전, 새로 지은 주택이나 새 자동차, 그런 걸 파는 사람들도 살까 말까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지.
‘지금이 바로 사야 할 때입니다’라고. 이 말은 마법과도 같아. 망설이던 고객도 그 말을 들으면 지갑을 열거든."
"여유가 없는 상태, 즉 돈이 없는 상태가 되면 사람들의 판단력은 더 흐려져.
모든 걸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려 들지. 머리로 냉철하게 생각하지 않고 말이야. 그리고 조금 전의 자네처럼 서둘러서 돈을 쓰려고 하지."
인간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돈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거지
사실 1년에 3억 원 정도만 있어도 욕구의 많은 부분을 이룰 수 있거든.
파산하는 진짜 원인은 그 압박감에 머리를 싸매다가 섣부르게 투자를 해버리기 때문이야.
내 말을 오해하지는 말게. 투자 자체가 잘못이라는 건 아니야. 다만 그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잘못된 투자를 하기 마련이거든.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거든.
다시 말해, 그 돈의 크기를 초과하는 돈이 들어오면 마치 한 푼도 없을 때처럼 여유가 없어지고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거지."
자네는 혹시 알고 있나? ‘파이낸셜 플래너’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진짜 부자는 거의 없다는 걸.
"참 큰일이야. 언제까지 남의 판단에만 기댈 생각인지…. 내 판단은 ‘기다려’인데, 그런 걸 뭐하러 굳이 전화로 전하겠나? 내가 전화를 안 받으면 그들은 계속 판단하지 못하고 기다릴 거야."
"많은 사람이 하는 질문 중 내가 가장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싶네만, 그건 ‘복권에 당첨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거야.
상상 속에서는 여행도 가고, 집도 짓고, 또 근사한 차도 타고 있을 거야. 그리고 그 돈이라면 모든 것이 가능할 거라 착각해. 하지만 그런 질문과 상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냉정하게 말해주지. 10억 원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실제로 10억 원을 갖게 되면 절대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네
복권이 당첨되기까지 그런 돈을 갖게 된 상황을 상상해본 적은 있어도, 실제로 가져본 적은 없지 않은가?
결국 그 남자는 자신이 다루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어. 실제로 그만한 돈을 손에 넣으면 돈을 쓰는 감각이 아니라, 돈에 휘둘리는 감각이 커질 거야.
호화로운 유람선을 타고 세계 일주를 하고, 아내에게 값비싼 보석도 선물하고, 평생 꿈꾸었던 집도 사고…. 그런데 뭐든 가능할 것 같은 그 느낌은 한순간이야. 머지않아 인생에서 할 일이 없어지고 절망에 빠지고 말아.
처음에 복권을 살 때 쓴 돈은 꿈을 더 현실감 있게 상상하기 위한 수업료라 생각하면 된다네. 그럼 아주 싼 거지."
돈은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만들어. 때로는 흉기가 되어 돌아오기도 하지. 돈 자체에 색은 없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색을 입히려 해."
자네에게 돈을 가져오는 건 반드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야.
남이 자네를 어떻게 보는지가 자네의 통장에 나타난다는 걸세.
이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모두 가능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아이디어는 아직 사용할 수 없다. 나 자신도 내가 실패한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이 만능은 아니지. 하지만 돈을 다루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도 바꿀 수 있어.
부자는 신용의 힘을 알고 있어. 그래서 반드시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남의 믿음에 부응하려고 하지.
돈은 남으로부터 오는 거니까. 마침내 신용은 커다란 돈을 낳고,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돈의 크기도 자연히 커져. 그러면 또다시 신용도가 상승하는 구조인 거야.
"결국 신용이 있어야 돈도 생기는 거야. 돈의 성립 과정을 봐도 그건 명백한 사실이고.
인간이 돈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중 대부분은 잘못된 타이밍과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다.
돈을 다루는 능력은 많이 다뤄봐야만 향상된다.
저희는 회수를 못 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아무리 장래성이 있더라도 담보 물건이나 보증인을 갖추지 못하면 융자를 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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