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은 곧 자유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
죽는 법을 깨우치고 나면 반대로 죽음에 속절없이 당할 거라는 두려움을 잊게 된다.
죽음이 뭔지를 알면 모든 굴복과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삶을 박탈당하는 것이 해악이 아님을 깨닫고 나면 삶에 해로운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죽음에서 도망하는 것은 곧 자신에게서 도망하는 것이다.
지금 누리는 그대의 존재 역시 죽음과 삶에 동시에 속해 있다.
태어난 첫날부터 그대는 삶을 사는 동시에 죽음을 사는 것이다.
단 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도 그것이 내가 죽기 전에 마쳐야 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짬을 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떤 이가 내 수첩을 뒤적이다 내가 써놓은 ‘죽은 이후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의 목록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집에서 10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집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으므로 건강하고 활기가 있을 때 그것을 적고자 서둘렀노라고 그에게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이렇듯 나는 내 생각들을 지속적으로 품고 스스로에게 새겨 넣기 때문에 언제나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죽음이 내게 갑자기 닥치더라도 놀랄 일이 전혀 없다.
우리는 언제든 자신의 모습 그대로 떠날 수 있도록 신발을 신고 채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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