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규림 님은 다 좋다고 하잖아요."

뭐든 다 좋다고 말하는 내 습관은 오랫동안 큰 고민이었다.

내 딴에는 정말 좋아서 좋다고 말한 거였지만.

그러고 보니 다들 별로라는데 내 눈에는 그저 좋아 보이는 게 꽤 많았다.

내 기준이 너무 낮은 건 아닐까.

뾰족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기획자로서 무엇이든 날카롭게 보는 눈이 중요할 텐데

이렇게 다 대단하고 좋아 보여서야 어떻게 할까.

내가 너무 헤픈 눈을 가진 게 아닐까.

그래서 가끔은 좋다고 느끼면서도 ‘있어 보이려고’ 일부러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살면서 이것이 나의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발견하며

어쩌면 마냥 걱정할 게 아니라 큰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좋다, 좋아!"라고 많이 말하고 자주 감동하는 친구들,

동료들과의 만남이 그 생각에 힘을 보탰다.

잘 감동하는 습성은 좋은 의견에 쉽게 설득당하고,

상대방의 멋진 점을 바로 인정하고,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