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이나 나쁜 사람은 우리의 주의를 자동적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도 이들은 반복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침범한다.
이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다시 꺼내고 되새김질해서 상처를 덧내는 일이 반복된다.
마음에 생긴 상처가 점점 깊어지는 이유가 이런 심리적 과정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우리 마음속 전쟁은 잠시 휴전을 선언한다.
하루에 5분만 숨통이 트여도 살만하다고 하는데(28. 나의 해방일지 2), 영화는 우리의 마음에 최소한 90분의 평화를 제공한다.
덕분에 마음은 잠시 멈출 수 있고, 멈춤은 우리에게 회복의 기회를 선사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도록 만들어졌다.
그런 까닭에 우리에게 가장 쉽고 편한 것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반면, 인간에게 가장 어렵고 불편한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영화는 이 어려운 일을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도록 우리를 돕는다.
우리는 주인공의 눈으로, 또는 감독의 시선으로 영화 속 세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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