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획득하자마자 갑자기 책상이 갖고 싶어졌다.
씻는 행위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매일의 의식 같다.
건조까지 마친 빨래가 어찌나 따끈따끈한지 꺼낼 때마다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더러워진 옷이 축복받은 옷으로 재탄생하는 것 같아 행복하다.
이 생활을 시작한 후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행복을 느끼는 빈도가 늘었다.
‘당연함에 감사하라’ 같은 표어와는 다른 감각이다.
감사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도 그저 매일이 새로운 기쁨으로 가득하다
궁리가 곧 인간 에너지의 결정체라고 이야 기한다면, 편리한 생활은 그런 번뜩임을 내뿜을 기회가 적다는 뜻이 다.
하루에 딱 1개만 골라야 하는데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생활에 도입할 이유는 없다.
그 결과 마음에 드는 물건부터 손에 넣으니 매일이 기쁘고 즐겁다.
지금까지 소지품 하나하나를 ‘이건 이래서 얻었고 좋은 점은…’ 하는 식으로 애착을 품은 적이 있었던가.
아니, 소중한 물건일수록 찬장 깊숙이 숨겨놓 았다.
그렇게 망가져도 상관없는 호감도 60점짜리 물건을 꾸역꾸역 다루며 살아왔다
마침내 스마트폰 등장. 스마트폰이 있는 생활과 없는 생활은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앞으로 어느 쪽을 더 소중히 여기고 싶은 지를 충분히 고민했기에 마침내 잠들어 있던 스마트폰을 봉인 해제 했다.
이는 곧 의식적으로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며 생활하고 싶다는 결심과도 같았다. ‘그런데 아마 굉장히 어렵겠지.’
책상이 생기자 단숨에 인간다운 생활감이 생겼다.
바닥에서 밥을 먹지 않아도 되니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 책상은 위대하다.
항상 즐거워 보이는 친구에게 "뭘 할 때 제일 행복하 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친구가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잔 마실 때?"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었다. 당시 나에게 행복이란 어떤 수치적 성과 정도 였으니까. 아침에 일어나 고작 물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은 아무 맛도 없잖아.’
요즘은 커튼을 젖히고 닫을 때도 행복하고, 운동화에 묻은 진흙을 털 때도 행복하다.
소소한 행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다.
여유가 없으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은 영영 보이지 않는다.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에 초조했고 고르는 동안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역시 충분히 시간을 들인 끝에 산 물건일수록 애착이 샘솟는 것 같다.
손톱을 짧게 자르면 의욕이 샘솟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자른 손톱 몇 밀리미터만큼은 성실한 인간이된 것 같다. 단정해졌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아끼는 것은 소중히 안에 넣어 두고, 평소에 막 써도 되는 것부터 순서대로 썼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마음먹고 가장 소중한 것부터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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