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공 영숙이는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 버스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백설기 빵을 급히 먹다 그만 빵 덩어리가 기도를 막은 게 이유였다.

영숙이의 집은 유독 어려웠다. 그래도 영숙이는 그늘진 곳 없이 명랑했다. 우리 중에서 공부도 제일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 꾸역꾸역, 버스 안에서 밀어 넣은 백설기 빵이 그런 친구의 목숨을 앗아갔다.

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그 소녀는 얼마나 살고 싶었을까. 자기가 죽어간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억울했을까.

나는 그녀의 몫까지 살아야 하니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마치 내가 한성실업에 다니던 친구들의 대표라도 된 듯 잘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의 죽음으로 깨달은 내 삶의 소중한 씨앗이니까

엄마는 평생 얼마나 고생만 했으면 내일이 늘 더 힘들다고 말할까.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나의 희망’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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