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하실 거라면 훈련부터 시작하셔야 해요."

나는 차량 지원을 받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아마 그가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면 제의를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나도 알았다.

때로 옳고 그름의 판단은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 는 그처럼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내 인생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나는 책의 정보를 머릿속 어딘가에 쌓아둔 채 졸업 후 진로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책을 읽고 나니 수많은 사람들이 경쟁과 전쟁을 인간 유전자에 내재한 본성으로 설명하는 로렌츠의 주장에 굴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로렌츠의 책을 서가에 꽂아뒀다.

그걸 쳐다보며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다.

내가 혹시 잘못 읽은 것은 아닌가 하여 한 번씩 다시 읽어보기도 하는데 읽을 때마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때로 한 권의 책은 우리의 불쾌감을 자극하여 행동하게 함으로써 삶을 바꾸기도 한다.

로렌츠라는 촉매제가 없었더라도 지금 몸담고 있는 일생의 연구를 찾을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젊은 날에는 무엇이 진실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렌츠의 책을 읽은 그 순간 무엇이 진실이 아닌지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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