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바뀌기 시작한 것은 책이 나를 소비하지 않고 내가 책을 소비하면서부터였다.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말은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다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책을 읽기 전에 나를 제대로 읽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저자의 생각을 읽기 전에 내 생각을 먼저 읽고 나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는 나를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한다.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내가 주체가 되어서 읽는다는 마음, 그 인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극명하다.
나에 대한 신뢰가 없고, 나조차 자신을 계몽해야 할 대상이나 어딘가에 쓰일 존재로만 여길 때 배움 자체에 중독되기 쉽다.
자신이 모자라다는 느낌에서 달아나고 싶은 것이다.
그럴 때는 책이나 유튜브 같은 인풋을 과감하게 줄이고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를 자신에게 허락해야 한다.
나를 성찰한 뒤, 그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를 그려 보고 그 사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질문을 품고 책을 읽자.
책을 읽을 때 욕심을 덜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의 전부를 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욕심을 내면 아무것도 내 것이 되지 않는다.
한 가지라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읽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 하나만 취한다면, 그 행동이 더 많은 생각과 실천을 낳아서 나만의 이야기를 이룬다.
남의 것에 현혹되어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남과 비교하느라 느끼지 않아도 될 자괴감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독(讀)서와 독이 되는 독(毒)서는 한 끗 차이다.
긴 시간 맹목적인 독서를 했던 내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다.
필요하다면 ‘종이책’뿐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책’도 찾아가 읽어 보기를 권한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면과 부딪히면서 나를 겪어 본다면 자신을 좀 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쭉정이같이 쪼그라든 마흔은 조금 탱글탱글 생기가 도는 나이가 될 것이다.
독서는 내 시간만 넣고 돌린다고 원하는 모습이 되어 나오는 뽑기가 아니다. 질문 없이 읽는 책은 ‘시간을 먹어 치우는 하마’에 불과할 수 있다
진실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한다. 반대로 거짓은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같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 알베르 카뮈(프랑스 극작가)
상상력으로 비교와 불안을 키웠다면 이제 창의력으로 나를 다시 복원해야 할 때였다.
왜냐하면 나는 온전한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안과 비교, 두려움 같은 녀석들의 실체를 알아야 했다.
‘비교에서 벗어나기’란 쉽게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꾸준히 관심을 두고 신경을 써야 할 수 있다.
우리는 걸핏하면 시선을 돌려 남들은 뭘 하는지, 그들이 나보다 앞섰는지 아니면 뒤처졌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자신만 가지고 있는 독특함을 표현하는 창의력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창의적인 활동은 완벽하게 독특하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 안에도 많지만 바깥에도 많다.
내가 믿어 온 것도 나였고 내가 결코 믿을 수 없다고 했던 것도 나였다 - 이문재, 〈밖에 더 많다〉 중에서
유일한 환기구는 글 쓰는 일이었다. 글 쓰는 시간만큼은 엄마인 나를 지우고 내가 선명해지는 시간이었다
아는 것과 실제 삶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오늘도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기술을 익힌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데이비드 그리피스, 〈힘과 용기의 차이〉 중에서
외부 환경과 타인에 기대지 않고 나를 잊지 않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라니.
더 이상 과거를 현재로 만들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고, 내 안에도 밖에도 존재하는 나를 찾을 것이다.
더 이상 내가 낯설지 않도록 낯선 나와도 친해져 보려 한다. 그렇게 내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 보려 한다.
그런 이유로 오늘도 내 마음을 받아 적으며 도착한 하루를 열어 본다.
"우리 앞에 비추이는 현재의 환희로 살지 못함은 곧 가까운 과거를 현재로 만드는 까닭이었다. 그러므로 기실은 현재는 없어지고 만 것이다."라는 나혜석의 말처럼.
같은 시집이라도 읽을 때마다 마음에 닿는 시가 달라진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후 나는 지쳤다. 이제 나의 일을 해야 할 날이 하루 더 사라졌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천히, 천천히 나의 힘이 되돌아왔다. 그래, 밀물은 하루에 두 번 차오르지. - 찰스 레즈니코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후〉
"모든 물건들이 자신의 무게를 잃고 부유하는 시간, 계산하고 전략을 세우는 이성은 잦아들고,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시간, 작은 소리나 공기 중에 실려 온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이 파란 시간이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말에 명확히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누구나 한 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
내 마음이 행복해서 하는 일이니까, 나를 위한 거예요. 누구를 대가 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그들을 돕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삶이 행복해지는 최고의 방식이에요.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박상미,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김혜자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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