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망이 두려워 피하기만 했더니 나이는 부자인데 경험은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해 보고 아니면 말지’라는 가벼운 마음을 안고 우선 시작하게 됐다.

가슴에 두려움이 가득하면 당연히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장르는 공포가 된다. 하지만 마음에 소소하고 달콤한 기쁨을 채우다 보면 언젠가 그 장르는 바뀔 것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감지하지 못하는 ‘그곳만의 아름다움’을 이방인은 귀신같이 찾아낸다.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잠들기 전 들춰 보는 책 한 페이지. 나에게는 늘 곁에 있는 게 당연하고,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 모든 것의 가치를 모른 채 얼마나 소홀히 대하고 또 얼마나 무심히 흘려보냈을까?

무언가를 매일 꾸준히 하는 사람을 대단하다고 그리 치켜세웠으면서 정작 내 곁에서 매일매일 변치 않고 성실하게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는 왜 몰랐을까

외국인이 찍었다는 흔한 한국 거리 풍경이 담긴 사진들을 보며 다짐한다. 나를 둘러싼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애정을 갖고 바라볼 것. 그리고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할 것.

무엇보다 나를 나로 서게 하는 많은 것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도록 신경 써서 챙길 것

그 쭈구리 시절을 먼저 지나온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입은 닫고 귀와 지갑을 활짝 여는 것뿐

"언니는 언니만의 행복 루틴이 있어요?"

행복 루틴이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규칙적인 순서와 방법?

삶의 무게중심을 나에게 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 나의 행복 지수를 채우는 것들을 차곡차곡 모으는 데 열중했다.

작은 행복이 일상에 쌓이면서 예민하고 날 선 신경이 무뎌졌다. 표정은 온화해졌고 속병도 잦아들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참고 포기하는 일을 더는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봤을 때 웃으며 안녕 할 수 있을 정도로만 관계의 텐션을 유지했다. 다 안고 가려다 와르르 무너져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무게중심을 나에게 두고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버틴다. 그러면 외부에서 그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절대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는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자라지 않은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웹 서핑을 하다가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시간이 빨리 간다 싶을 때는 ‘플랭크(plank)’를 해 보라고.

생각해 보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거대한 악의 힘이나 강한 권력이 아닌 늘 사소하고 하찮은 것이었다

‘노화를 앞당긴다는 단 음식을 줄이겠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도 꼼꼼히 바르겠습니다. 숨쉬기 운동, 걷기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에도 힘쓰겠습니다. 마음 근육을 키우는 책도 끊임없이 읽겠습니다. 타성과 오만을 버리고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겠습니다.’

다리가 쑤신다는 이유로 걷는 걸 피했던 할머니는 다리가 굳어 더욱 걷기가 어려워졌다. 걸을 수 없으니 멍하니 티브이를 바라보거나 잠을 자는 걸로 하루의 대부분을 채운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의 인생 중 활발하게 움직였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젊었을 때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태어난 후로는 한 번도 없는 게 확실하다

할머니의 노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건 하나다. 사람은 움직이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것. 근육은 쓰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지고, 근육을 이용해 움직이는 신체 부위는 못쓰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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