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r Nothing’인 인간관계는 우리의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단서이다.

전부 아니면 무, 양자택일, 이것 아니면 저것, 모 아니면 도로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인간관계는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게 되어 있다.

사람 사이에 선은 필요하다. 다만 그 선은 ‘여기까지 넘어오지 마’라는 뜻이 아니라, ‘나는 너의 자유와 고유성을 존중한다’라는 선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관계 속에서 ‘All or Nothing’이 자주 당신을 괴롭힐 것이며, 잦은 절교로 이어져 깊이 있는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작가 설흔은 《공부의 말들》(유유, 2018)에서 이렇게 말했다.
 
심리학 수업 중 아직도 기억나는 말이 있다. 애매한 것을 참고 견디는 것이야말로 심리적 성숙의 증거라고.

사람과의 대화는 말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세상에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생각하는 편지는 대화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글로 나누는 행위이기도 하다.

말로 하는 대화가 완벽하지 않듯 편지가 모든 관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말로만 이어온 관계는 단단하지 못하여 잘 허물어지지만, 말과 글을 더불어 쓰고 행동이 더해지면 해가 갈수록 관계가 깊어진다

편지는 감수성과 유쾌함, 그리고 반성과 진심이 오가며 완성되는 즐거운 글쓰기다.

남의 말과 글을가까이 두어야 하는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나 오래된 지인, 같은 일을 하는 사람, 동료들을 꼽았는데, 대개는 현재 자신의 처지나 상황과 가장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아무래도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어져 속이 시원하고 스트레스도 풀리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에 노출되면 뇌의 특정 부분은 자극을 받고 무엇인가를 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움직인다’라는 동사를 읽으면 뇌는 의식적으로 행동할 준비를 합니다. 언어는 굉장히 강력합니다."

우리는 말이 우리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울고 웃는 것은 당신만이 아니다.

한 줄의 글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너무 흔해서 특별할 게 없을 정도다.

평생 잊지 못할 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말의 힘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말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좋은 단어와 문장을 접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좋은 언어 세계로 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어휘와 문장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자신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면 된다.

그런 세계에 자신을 데려다 놓지 않으면 무방비 상태에서 만나는, 자극적이고 공격적이며 경쟁적인 어휘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욕이나 심한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늘 강압적인 언어 환경에서 살아간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모임에서 만나는 언어들이 때로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그런 어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그런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남의 좋은 말과 글을 가까이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고 책 속의 좋은 어휘와 문장으로 사람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남의 말에 자주 상처받거나 예민해진다면, 또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힘들고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쓰고 있는 말이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통찰이 녹아 있는 말과 글 속으로 들어가 그것들을 충분히 경험하고 내 안으로 체화시켜야 한다

침묵은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그것이 되어야 다른 사람을, 또 그의 말을 기다려줄 수 있다.

타인의 침묵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또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 대화로 풀기 전에 ‘자기만의 침묵’에 한 번쯤 빠져보기를

안타깝게도 반 이상의 아이들이 그분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쉬지 않고 말했지만 아이들은 더 멍해져갔다.

그럴수록 선생님은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했고, 원래도 큰 목소리의 볼륨을 한참이나 더 키웠다.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대방과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나의 ‘본심’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달 방식’이 아닌 ‘내용’에만 집중하다 보면 말이 길어지고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된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이 전달해야 하는 내용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다.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으면 괜히 목소리만 키운다.

상대방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 내심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그럴수록 전달력은 더 떨어지게 되어 있다.

본심을 전하는 데 가장 나쁜 방법은 말이 반복되고 길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는 ‘내 말이 어떻게 요약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말해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불필요한 말보다 본심에 집중하게 되고, 그런 다음에는 그 본심의 개수를 줄이면서 전달 방법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최후에는 드디어 상대방이 보일 것이다.

오늘 나는 최고의 존중을 받았다. 어떤 사람이 내 생각을 묻더니 내 대답에 성의껏 귀를 기울여주었다.
- 《질문이 답을 바꾼다》(앤드루 소벨·제럴드 파니스, 어크로스, 2012)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물어봐주고 대답에 귀 기울여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사람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물어봐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상대와 주변 사람들, 사건과 배경과 숨어 있는 사연에 대해 묻는 이야기형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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