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의 ‘쓸데없는 말’을 잘 들어주고 있을까? 애당초 쓸데없는 말을 하거나 그런 말을 들어줄 여유가 나에게 있기는 한 것일까?
어떤 기준을 넘지 못하는 말은 모두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되거나 ‘말도 안 되는 말’로 버려지기 십상이다.
혹시 말로 상처를 받는 이유가 이런 말들을 못 하고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
두 작가의 말처럼 때로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이, 또 그런 말을 들어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삶에 큰 위로가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이 책에는 대화를 나누는 여러 가지 방법, 특히 말로 나를 돌보면서 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함께 담았다.
가끔은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말의 상처에만 무게를 두고 산다면 진짜 좋은 것을 놓치게 된다.
《빨간 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는 태어나 한 번도 ‘상상’이란 걸 해본 적 없다는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얼마나 많은 걸 놓치고 사신 거예요!"
부디 여러분은 말로부터 아무것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시인 샘 레븐슨이 쓴 <시간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Time Tested Beauty Tips>이라는 시가 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다면, 절대 혼자 걷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라.
삶을 살면서 ‘보다 나은 태도(자세)’를 갖고 싶다면 사람들과 ‘함께 가고’ 있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인 듯하다.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줄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면서도 받게 되는 것이 ‘상처’이다. 그런데 정작 대놓고 상처를 주는 말에는 상처를 받지 않기도 한다.
그럼 무엇이 상처가 되고, 무엇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또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온전히 자신만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어갈수록 그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주인공이 되는 순간보다는 역할의 가짓수만 늘어나는 단역의 삶이 시작된다.
그래서 오로지 나를 향한 관심과 위로의 말에 조금쯤 목말라 있다.
자신에 대해 말해주는 점집을 찾아가고 강연이나 상담의 말로 치유받고 싶은 마음, 하다못해 온라인용 심리 테스트를 하는 것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타인의 입을 통해 ‘나를 듣는’ 경험을 원하는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말, 다짐의 말, 좋은 명언을 받으려고 서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좋은 말’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가 흥미로운 한편으로 인간에 대한 연민이랄지 애처로움도 함께 느꼈다.
그것은 ‘좋은 말’을 곁에 두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소망이었다.
위로와 치유의 말들이 하루하루 힘들고 고된 삶에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 못한 말과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 때문에 당신의 마음에 오래된 상처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어느 말더듬이처럼,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해주면 어떨까.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아서 마음을 다치지 않았다고. 그때 그 말을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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