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 남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오히려 이건 결혼하고 나서 더 많이 바뀐 부분이다.
내가 싫은 건 상대방도 싫으니까,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나도 하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의 25년보다, 남편과 산 10년 동안 나는 더 많이 변했다.
제멋대로 날뛰던 야생동물이 이제야 길이 든 느낌이다
씨앗은 꼭 2세만으로 뿌리는 게 아니라는 걸, 이 멋진 사실을 남편을 통해 배웠다
결혼 생활이란 나 자신을 더 잘 알아 가는 과정이다.
인지하지 못하고 살던 생활 습관이나 사소한 좋고 싫음을 누군가와 부딪히면서 깨닫곤 한다.
서로를 알아가면서 닮아 가는 것 또한 부부다.
실제로 중년의 부부를 보면 외모가 비슷해서 ‘남매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 습관이나 성격이야 같이 사니까 비슷해진다고 하더라도, 외모까지 비슷해지는 건 신기한 일이다.
아마 매일 상대방의 얼굴을 보다 보니 표정이나 얼굴을 찡그리는 습관 같은 게 닮아 가서 그렇지 않을까?
살아 있는 것이 뭔가 목적이 있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간단한 존재일 뿐이야.
사실 나도 행복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한 모든 선택들이 행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 행복에는 나 혼자만 있지는 않았다. 언제나 남편과 나, 이렇게 둘이었다.
행복을 정복하지는 못했지만, 행복은 아주 가까이, 맞잡은 손에 이미 스며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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