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던 그녀는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간에 자신이 깨어났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릴 방법이 없었고 이러한 상태로 2년을 더 보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기도로 빅토리아는 2010년에 기적적으로 완전히 깨어났지만, 어떻게 말하고, 먹고, 움직이는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의사들은 그녀가 다시 걷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6시간씩 하루도 빠짐없이 재활에 매달렸고 천천히 다리의 움직임을 되찾았다.

마침내 2016년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는 "Face It, Embrace It, Defy It, Conquer It(마주하고, 받아들이고, 저항하고, 정복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빅토리아가 지닌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삶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이었다.

‘숨 한 번 쉬는 것도 당연히 여기지 말라.’

빅토리아와 그녀의 부모님은 포기하는 대신 소중한 삶을 위해 계속 투쟁하는 쪽을 택했다

곧 몸은 물론이고 눈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이 보였지만 바로 눈앞에 놓인 것만 볼 수 있었다. 앉아보려고 했지만 몸이 내게서 분리된 것 같았다. 움직일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빅토리아, 생각해. 어? 잠깐만…… 나 생각할 수 있잖아? 그것도 아주 또렷하게.」

몸은 말을 듣지 않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머리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것도 완벽히 정상적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사고 능력, 기억, 지식 다 그대로야. 난 아직 존재해. 난 여전히 나라고.」

내가 제정신이라는 사실만이 나를 안심시켰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정신뿐이었다.

사고 능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능이었고, 정신을 잃는다는 건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게 두려웠다.

다행히 나는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그건 네가 머릿속에서 다 만들어낸 거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해져라’ 혹은 ‘정신 차려라’라는 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전에는 이 표현이 지닌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를 진찰한 의사들은 내가 ‘관심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한다’거나 ‘자기도 모르겠다’는 것을 돌려 말하려고 심신증•이라는 단어를 들먹였다. 의사들은 나를 믿지 않았다.

이 병동에서 지내보니 지상에도 지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 이런 일을 당해도 괜찮은 사람은 없어.」

이미 정신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이런 학대까지 당하자 내가 마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된 것 같았다.

「제발 집에 가게 해주세요.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이곳 간호사와 의사들은 거칠고 잔인한 방법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믿을지 몰라도, 나는 불친절은 결단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설사 내 병이 심리 질환이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고통을 가해서 병을 호전시킨다는 말인가?

오히려 모든 치료의 본바탕은 사랑이어야 한다. 정신 질환이든 신체 질환이든, 치료는 어떠한 학대적 성격도 띠지 말아야 한다. 고통을 가해서 고통을 없애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싸워봐. 네 존엄을 되찾아. 아…… 못하겠어.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은 더 간절했다.

두 세계 사이에 끼인 기분이었다. 그만 애쓰면 어떨까?

어쩌면 그것이 나의 탈출구일 테고, 나는 고통을 뒤로하고 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를 느껴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통증은 어마어마했고 너무 괴로워서 죽음이 반갑게 느껴졌다.

통증과 괴로움은 나의 정체성이 되었고 생활이 되었다. 하나님께 자비를 베푸시어 모든 것을 거두어 가달라고 빌었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태아처럼 웅크린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비참한 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춥고 끔찍한 곳에서 죽는 것도 모자라 홀로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를 위로해주거나 붙잡아줄 사람 없이 철저히 혼자서 말이다.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내가 뒤에 남긴 삶에 작별을 고할 수 없었다. 다시는 수영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하키를 하거나, 학교에 갈 수도 없었고, 차를 운전하거나 남자친구를 사귈 기회도 없었다.

다시는 삶을 살 수도, 세상을 볼 수도, 웃고 떠들 수도 없었다. 내 왼쪽 뺨의 보조개는 사진이나 동영상 속에 담긴 채 그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내 갈색 눈은 영영 잊힐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웃고 떠들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의사들은 내가 죽어도 개의치 않을 터였고, 오히려 병동에 한 자리가 생겨 기뻐할 것이었다. 다들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으니까.

죽음 자체가 두렵다기보다는 모든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것, 삶을 살지 못하는 것, 꿈을 이루지 못하는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이 지옥에서 또 하루를 사는 것이 더 두려웠다.

「하나님, 제발 절 도와주세요. 우리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세요. 미안하다는 말도요. 저도 이렇게 끝나는 건 바라지 않았어요. 엄마를 각별히 돌봐주세요. 부모님께 이건 두 분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가족 곁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공포가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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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방 2021-09-2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말 생일책 찾아보러 왔는데 타쿠님 블로그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