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건 시간만 낭비하는 게 아니다. 더 벌어올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생활비를 줄이지 못한다.
해외법인장을 지냈던 지인은 생활비를 줄이지 못해 집을 팔았다
. 큰 배가 침몰하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가정이 침몰하지 않으려면 작은 구명정에라도 옮겨 타서 노를 저어야 살 수 있다.
준비 없는 퇴직은 어디서 살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그동안 주식으로 돈을 벌었거나 부동산 재테크를 잘했거나 부모님께 상속받을 부동산이 있다면 퇴직이 가벼울 수 있겠다. 하지만 준비하지 않은 퇴직은 공황상태와 비슷하다
실수를 하더라도 바깥에 나가 세상과 부딪쳐야 한다.
말에 따른 행동을 하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면 실력이 점점 는다. 전문가가 된다.
남편이 나가기를 기다리지 말고 나의 실력이 쌓이는 걸 즐기자
인디언 속담에 "난관에 봉착했을 때 동쪽을 보고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음양오행에서 동쪽은 봄을 상징하며 목(木)의 기운이 가득해지는 때다
하늘과 땅이 서로 감응하여 만물이 생겨나고 변화한다. 성인이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 천하가 화평하게 된다.
인생 주기의 가을에 접어든 은퇴한 50대 남편에게 잘나가던 여름의 모습이 계속되기를 일방적으로 원했다.
이제 내가 바뀔 때였다. 내 마음의 묵은 땅, 단단해진 곳을 뒤집어 새로 갈아엎어야 한다.
‘저절로 자라겠지’ 방치하면 제대로 수확할 수 없다. 날마다 변하므로 손이 많이 간다.
어느 정도 자라면 간격을 두고 과감하게 사이사이 뽑아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튼튼해지지도 굵어지지도 않는다. 쓰러지고 병에 약해진다
이처럼 공부도 적당한 시기에 곁가지를 잘라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얕게 아는 척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논리적인 사고라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잘 크다가 태풍에 쓰러지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작물을 잘 성장시키는 데는 단계마다 손이 많이 간다.
일을 시작하면 과정은 건너뛸 수 없다. 튼실한 토마토 한 알을 얻기 위해서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남이 찾아놓은, 친구가 알려준 내용은 내 실력이 될 수 없다.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과정이 모여 하나의 결과가 나온다.
나를 기르는 일은 모든 과정들을 겪어내는 것이리라.
나를 기를 수 있다면 다른 존재도 기를 수 있다.
자신이 속한 곳을 떠나 새로운 직업을 가지든 배우러 다니든 여태까지의 둥지를 떠나면 낯설다.
낯설어 마음이 졸아든다. 자신감이 떨어져 돈 버는 일이 아니어도 문을 밀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 "이불 밖은 위험해"처럼 한동안 집에만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세련되게 편안하게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새로운 도전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할 때 "나는 이 일에 자신이 있나?" 물어볼 필요가 없다.
그냥 하다 보면 두려움은 작아진다. 자신감은 커진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는 한 곳에 머물러 있던 적이 없다.
단지 같은 공간에 오래 다닌 사람은 그곳이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라고 느낄 뿐이다.
퇴직은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다르게 살아라"는 강한 자극이다.
다르게 사는 방법으로 ‘아이처럼 놀고 잡초처럼 살고 동물처럼 죽기’를 권하려 한다.
아이처럼 유치하게 세상을 본다면? 모든 곳이 호기심의 대상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궁금한 게 많다. ‘내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어’를 잊으면 작은 일을 해도 만족감이 든다. 아이처럼 잘 놀고 작은 만족을 느끼면 젊어진 기분까지 든다!
두 번째, 잡초처럼 살기다. 잡초는 어디에 씨앗이 날아가더라도 살아간다. 나쁜 환경이라고 투덜거리지 않고 꽃을 피운다
동물에게는 의사가 없다. 아프면 꼼짝하지 않고 몸을 쉰다. 상처가 낫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의 면역력으로 회복한다. 그러지 못하면 기력이 쇠해 먹는 것이 줄어든다. 주어진 생명을 다 산 다음 자연스럽게 죽는다.
이런 동물처럼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평생 현역으로 일하다가 죽거나 잠깐 쉴 때 죽고 싶다. 어른들 말씀처럼 자는 잠에 가도 좋고.
"나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는 두 가지 태도만이 바르다고 확신한다. 침묵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 고통 받는 자들에게 충고하려 들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들에게 멋진 설교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다만 애정 어리고 걱정스런 몸짓으로 조용히 기도함으로써, 그 고통에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곁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그런 조심성, 그런 신중함을 갖도록 하자. 자비란 바로 그런 것이다."
"어디든 손도 까딱 안 하면서 대접받고자 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아요."
살아가면서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일이 없을 때가 있다. 그때 자신의 집을 포함하여 어떤 곳이든 본인 밥그릇 씻기, 자신이 일어난 자리 청소하는 일을 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주변을 치우면 자연스레 필요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동안 남편 덕분에 잘 살았다. 남편 덕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한편 ‘나는 열심히 살았어. 가족을 위해 희생했어’라고 생각했다면 얼른 내려놓자. 누구를 위해 열심히 살고 희생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한 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자신이 그 일과 역할에 충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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