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실수는 책과 아이를 이어줄 때 ‘기쁨’이라는 접착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을 때 발생합니다. 적어도 생애 초기 독서만큼은 즐거워야 합니다.
아이가 평생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20세는 물론 30세, 50세, 70세에도 끊임없이 발전하며 정체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개발해나가기를 바란다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50년 가까이 얼마나 성실하게 독서하고 또 연구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학습자로 ‘심층적 학습자’를 꼽습니다.
늘 호기심에 차 새로운 배울 거리를 반기며, 공부의 과정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만끽하고, 몰입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심층적 학습자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모든 심층적 학습자는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심층적 학습자가 되려면 머릿속에 학습 내용을 잘 저장하거나 공부기술을 더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학습자)의 마음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의 ‘자존감’이나 ‘동기’와 같은 학습심리가 심층적 학습자로 직결됩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면 학습자는 어느 순간 공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잃고 ‘전략적 학습자’로 전락합니다.
전략적 학습자는 단지 합격이나 점수, 등수와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만 공부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요. 하지만 이는 가장 다양하면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학습 유형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주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어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는 사람들 다수가 여기 해당합니다.
전략적 학습자는 점수를 잘 따는 일에 관심이 있을 뿐, 공부 내용 자체, 나아가 세상의 진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대학만 진학하면, 바라던 시험에 합격하기만 하면, 공부를 하는 이유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학습 유형이 심리적 위기에 자주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전략적 학습자의 지적 호기심, 학구열은 어느 한 순간 작은 일로도 영영 사라지고 맙니다.
책을 즐겁고 재미있게 읽어야 아이 지능도 좋아집니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뜻입니다.
정보처리 속도를 높이려면 우리 뇌의 신경세포 회로가 치밀해야 하는데, 신경세포 회로가 치밀해지는 것을 수초화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수초화를 ‘미엘린화’라고도 부르는데요, 미엘린myelin이라는 성분이 뇌의 신경세포 축색돌기를 둘러싸 마치 전선의 막을 형성하는 것처럼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의 정보는 전기적 신호로 전달되는데, 미엘린이 시냅스(축색돌기)를 덮어 막이 두껍게 형성되면 전기신호가 중간에 사라지거나 약해지지 않아 전달 속도가 빨라지죠.
즉,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지능이 발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미엘린화 현상은 매우 느리게 진행됩니다.
꾸준히 반복 학습과 연습을 할 때에만 비로소 이루어지지요.
하지만 일단 한 번 만들어진 미엘린은 잘 파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습관이나 숙련된 기술, 지식은 오랜 시간 유지되는 것이지요.
미엘린화를 돕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즐거운 독서’ 즉, 시냅스 독서법입니다
시냅스 독서법의 비밀은 매우 간단합니다. 가능한 한 10세 이전에, 아이 스스로 즐겁게 책을 읽도록 도울 것.
그렇게 하면 아이의 두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평생학습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마련해줄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낄 ‘기쁨’이라고요.
기쁨만이 아이의 뇌신경과 마음을 성공적으로 확장시켜줄 수 있고, 책에 대한 사랑 즉 독서애호감을 차곡차곡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죠.
기쁨은 책과 아이를 이어주는 단단한 마음의 접착제입니다.
책을 읽을 때 독서기쁨을 느끼는 아이의 뇌에서는 기쁨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샘솟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한번 잘 관찰해보세요.
정말 즐겁게, 독서기쁨을 듬뿍 느끼며 책을 읽고 있는 경우라면 아이의 표정에 그 기쁨이 그대로 나타날 것입니다.
특히 한 권의 책 읽기가 즐겁게 끝났을 때, 아이의 표정에는 매우 만족스러우면서도 책이 준 복합적인 선물로 만들어진 ‘어떤 빛남’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 특이점, 그 반짝이는 표정을 감지할 수 있다면 시냅스 독서법의 첫 단추를 아주 잘 꿰고 있는 겁니다.
생애 초기 10년, 책에 대한 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면, 그 영향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사실 ‘어떤’ 책을 읽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 읽는가입니다
생후 6개월부터, 힘들어도 1세를 넘기 전에 아이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 아이의 독서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정성을 기울여 책에 대한 애착, 즉 ‘책 애착’이 자리잡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이후 도미노처럼 부정적인 연쇄반응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북스타트 프로그램에서 생후 6개월 이상의 유아부터 책 읽기를 시작하도록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찍 책을 접할수록 책에 대한 친밀감을 키우기 쉽고, 또한 이 시기에 형성된 책에 대한 친밀감은 무의식 저 너머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이의 평생에 걸쳐 영향을 줍니다.
한편 한 아이가 독서와 글쓰기에 능숙해지고 두 활동에 대해 애호감이 생기기까지는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섬세하면서도 체계적인 지도가 필요하죠. 그리고 스마트폰은 독서기쁨이나 독서애호감을 아주 쉽게 빼앗아버립니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은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높은 수준의 주의력을 키우는 일에 큰 방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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