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노력은 다르다

우리 동네 이발소 사장님은 평생 머리를 만졌는데 왜 커트 실력이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son에 따르면 답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있다. 이것은 축구 선수가 킥, 드리블, 패스만 정교하게 반복하는 것처럼 부족한 부분을 골라 집중적으로 하는 연습을 말한다.

신중하게 계획되지 않은 보통의 연습은 오래 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상실의 시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건 노력이 아니라 단순한 노동일 뿐이야. 내가 말하는 노력이란 그런 게 아냐. 노력이란 좀 더 주체적이고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걸 말해."
당신의 공부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뇌에서는 각성 상태를 만드는 오렉신Orexin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오렉신이 줄어들면 집중력이 사라지고 졸음이 온다. 그런데 음식을 먹으면 몸 안에서 혈당 수치가 높아지고 급격히 높아진 혈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문제는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면 오렉신의 분비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배가 부르면 쉽게 졸음과 피로가 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배가 살짝 고픈 상태에서는 그렐린Ghrelin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그렐린이 분비되면 기억력이 증가하고 뉴런 간의 연결이 30%쯤 촉진된다. 기억력의 증가와 뉴런 연결 향상. 즉, ‘머리가 잘 돌아가는’ 상태다. 공복 상태에서 두뇌 집중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늘 배부르게 먹는 수험생이 공부를 잘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맛있는 음식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공부를 위해서라면 조금 배고픈 상태가 유리하다. 두뇌의 만족과 위장의 만족 가운데 당신은 주로 무엇을 선택하는가.

안정은 움직임 속에 있다. 팽이는 계속 도는 한 쓰러지지 않는다.

"균형이란 환상이다. 균형을 인생의 목표로 정한다면 영원히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기업인 멜린다 브라운Melinda Brown의 말이다.

그러나 무수한 거절은 성공 이후의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하고, 거절 편지는 그들의 스토리에 날개를 달아준다.

"출판사의 거절 통지서를 모아놓으면 당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다. 많이 모아놓을수록 나중에 정말 대단한 수집품이 된다." 영국의 작가 앤 루니Anne Rooney의 말이다.

지금 당신의 공부가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형편없는 점수와 숱한 불합격 통지는 단지 거절 편지일 뿐이다. 그리고 모든 거절 편지는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고작 ‘당신의 이번 원고’에 대한 것이다. 훗날 당신이 쓸 월계관이 화려한 것은 당신이 겪은 무수한 실패들로 장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5가지 이유를 떠올렸다. 이제 여기에 이어 당신만의 이유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포기하지 않을 이유를 몇 가지 더 떠올릴 수 있는가. 전부 적고 난 뒤에 당신의 마음을 살펴보라.

두렵다. 하지만 나는 안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문제임을.
양이 누적되면 질이 된다는 사실을.

또한 나는 알고 있다. 교육 심리학책과, 경영서의 사례와, 뇌과학의 이야기와,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음을 증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계속 가는 거다. 나의 능력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다고 믿기 때문에 계속 가는 거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알고 있는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계속 책을 읽는다.

"사람들은 동기 부여가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목욕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매일 목욕하는 것이다"라는 미국의 작가 지그 지글러Zig Ziglar의 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증명해내기 전까지는 완전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가지고 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증명해낼 수 없다. 당신의 공부는 지금 망각과 믿음 사이 어디쯤에 있는가.

한 번의 모의고사가 10시간의 공부와 맞먹는다

많이 꺼내본 사람이 더 잘 꺼낸다. 꺼내는 것도 공부다.

"수학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푼다"

소설가 김영하는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다. "소설가의 뇌는 손가락 끝에 있다." 공상만 하고 앉아 있어서는 글이 전개되지 않으며, 일단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겨야 소설이 술술 풀린다는 뜻이다. 혹시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정확한 묘사다.

모차르트Mozart가 평소에 손과 입을 움직이며 곡을 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다. 피아니스트들은 음표를 근육으로 기억한다.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으면 손가락이 ‘기억한 대로’ 알아서 움직인다고 한다. 배우들이 표정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며, 춤을 연습한 뒤 음악에 따라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성과는 여유가 있어야 나온다. 여유 속에서 방향도 점검하고, 방법도 수정하며, 놓친 것도 찾아낸다. 창의성이 싹트는 터전인 셈이다.

지속 가능한 공부를 만드는 것은 노력 사이사이에 마블링처럼 섞여 있는 여유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방황한다고 느끼는 걸음은 훗날 돌아봤을 때 자신만의 특별한 이력이 될지도 모른다.

경영학의 구루인 랜디 코미사Randy Komisar의 조언처럼 말이다.
"자기가 밟아온 길들은 앞 유리가 아니라 백미러를 통해 볼 때 더욱 분명하게 이해된다."

"Follow your bliss." 당신의 희열을 따르라.
 

"뭔가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한 느낌을 따라가는 것이 내년에 돈이 어디서 나올지 찾아다니는 것보다 더 확실한 선택입니다."
— 조지프 캠벨,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진로를 찾기 위한 3가지 힌트

첫째,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일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원하던 것은 ‘세상의 기준’과 무관하게 당신의 무의식이 즐거워하는 일이다. 학교 성적과 세상의 고달픔으로 당신의 마음이 움츠러들기 전,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자.

둘째, 당신의 마음이 누구를 시기하는지 본다. 지인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감정이 동요하는가.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라는 마음이 들 때, 온전한 축하를 보내지 못하는 자신을 볼 때, 바로 거기에 진실이 있다. 시기심은 비록 성숙한 감정은 아니지만 정직한 마음의 소리다.

셋째, 대가가 없어도 열심히 하게 되는 일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취미를 통해 천직을 찾아낸다. 보수가 없어도 자꾸만 에너지가 흐르는 곳, 거기가 당신의 길이다. 제대로 하면 점점 더 잘하게 될 것이므로 잠재력과 경쟁력도 있다. 그 일을 하며 돈까지 받는다면 얼마나 신날지 상상해보자.

포커 판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이루어진다. 바로 앉을 테이블을 고르는 일이다. 당신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해보는 것이며, 그 점에 있어서는 설사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걸음마로 걸음을 배웠고 옹알이로 말을 배웠다.

그 길에는 당신만이 닿을 수 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이렇게 조언한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인간’이란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인간이 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정말로 무언가를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무언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라도 일단 무언가를 해본다’라는 게 아닐까요."

귀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다. 디테일한 100장짜리 사업 계획서도 실천하지 않으면 한낱 종이에 불과하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다이어리와 스케줄러가 공부에 보탬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공부 자체는 아니다. 행동으로 옮겨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해야 할 시기에 하지 않으면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한다. 당신은 지금 성장하고 있기를.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누구나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미국의 야구 선수 칠리 데이비스Chili Davis의 말을 반드시 기억하기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특유의 아우라가 있다.

일본의 양명학자 야스오카 마사히로安岡正篤가 말하길,
사람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기운이 겉으로 배어 나와
속된 느낌이 사라진다고 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외국에서 공부할 때 어떤 교수가 그를 보고 대뜸 "열심히 사는 사람이군요" 하고 말했다고 한다. 어리둥절하던 도올 선생에게 그는 "눈을 보면 압니다"라고 말을 덧붙였다.

당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도 안다. 공부가 잘되는 사람은 목소리가 밝고, 보람찬 기운이 드러나며, 쉬는 모습도 떳떳하다. 최선을 다해 공부하기를. 내면의 빛은 말하지 않아도 드러난다.

"항상 남이 눈치챌 정도로 최선을 다하라."
미국의 장군 조지 패튼George Patton의 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면 그 사람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은 자기가 끌리는 것을 화제로 삼고 꺼리는 것은 피하려 한다. "공부는 잘되어가니?"라는 부모님의 물음에 "몰라요" 하고 짜증을 내면 답을 듣지 못해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추리 소설 작가 얼 스탠리 가드너Erle Stanley Gardner는 원래 변호사였다. 퇴근한 후 밤 11시에서 새벽 3시까지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쓰다가 작가가 되었다.

자신을 섬세하게 관찰해보자. 아침에 공부가 잘되는지, 저녁 운동이 맞는지, 식사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관찰하고 수정해서 당신의 리듬을 찾아라. 프로세스가 향상되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과정을 개선하면 결과는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사람이다.

하나 둘 하나 둘. 규칙적인 호흡과 발 구름만 존재한 채, 나 자신이 텅 비는 듯한 감각이 있고, 이대로 영원히 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이런 느낌을 일과 공부에서도 맛볼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다른 종류의 러너스 하이Learner’s High가 당신에게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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