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약에 당을 입히면 한결 먹기 쉽습니다. 그렇듯 낯선 경제에 익숙한 스토리를 입혀보면 어떨까요. 그런 고민에서 나온 책이 『영화 속 경제학(2016)』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문학으로 갑니다. 이 책은2015년부터 <중앙이코노미>에 게재된 원고를 원본으로 재정리했습니다. - P8
경제학자들은 때로 문학작품에서 경제학적 영감을 얻습니다. 문학작품 주인공들의 행동 속에도 경제원리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문학작품은 경제논리를 설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문학이 품은 경제용어, 어떤 게 있을까요? - P16
파랑새는 어느새 ‘행복의 상징‘이 되었다. 찌루찌루와 미찌루로 알려진 『파랑새의 주인공의 원이름은 ‘틸틸‘과 ‘미틸‘ 이다. 일본어판을번역해 국내에 들여오면서 잘못 알려졌다. - P57
파랑새가 어디 있는지는 아주 작은 행복‘들이 안다. 한 행복이 틸틸에 묻는다. "나를 모르겠어?" 틸틸이 답한다. "모르겠는데… 너희를 본 적이 없어." 행복이 말한다. "우리는 늘 네 곁에 있어! 언제나 너와 함께 먹고, 마시고, 잠들고, 깨어나고, 숨쉬면서 지내왔단 말야." 알고 보니 이 행복은 ‘집에 있는 행복‘ 이다. 틸틸이 놀랜다. "우리집에 행복이 이렇게 많다고?" 건강하게 지내는 행복, 부모를 사랑하는 행복, 맑은 공기의 행복, 파란 하늘의 행복, 햇빛이 비치는 시간의 행복, 해질녘의 행복, 별을바라보는 행복, 빗방울의 행복, 겨울 난로의 행복, 천진난만한 생각의행복… 집에는 정말이지 셀 수 없는 행복이 있다. - P60
새 작품을 위해서는 이 같은 자신의 보장된 세계를 깨야 한다. 제 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다 깎여나갈 수도 있다. 시장에서도 ‘제 살 깎기‘를 의미하는 경제용어가 있다.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다. 카니발리제이션은 사람이 사람을 먹는 카니발리즘annibalism에서 비롯된 용어다. 카니발리즘의 어원은 카리브족Caris에서 나왔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 카리브해 섬에 사는 카리브족이 사람을 먹는 식인종ramibal 이라고 유럽에 알려졌다. 카니발리제이션은 시장에서는 ‘자기잠식‘ 또는 ‘자기시장 잠식‘ 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 P64
소녀는 당돌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소년이 어이없어한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카니발리즘에 눈 뜬 거야?" 소녀가 답한다. "옛날 사람들은 아픈 곳이 있으면다른 동물의 그 부위를 먹는대. 그러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소녀가 또 말한다.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네가) 먹게 해줄게. 누가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계속 살 수 있대. 실제 식인종들은 인육을 배가 고플 때 먹었지만 병을 고치기 위해, 복수를 하기 위해, 혹은 죽은 자와 하나가 되기 위해 먹기도 했다. 소년은 독백으로 답한다. "나는 네가 되고 싶어. 나는 사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소녀도 죽기 전 편지에 속마음을 남긴다. "나는 하루키가 되고 싶어, 나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흔치 않은 사랑 고백이다. - P68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도록 자신을 내맡긴 사람은 눈물 흘릴 각오를 해야 해 - 어린왕자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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