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따뜻하고 안전하고 조용한 한때를 보내는 
이 시간, 너와 나, 싸늘한 우주의 암흑 속을 
초속 수십 킬로미터로 돌진하며 
회전하는 이 행성 위에서, 책을 펼치자꾸나.
- P309

그래서 텔로시아인들은 어떤 것도 잊어버리지 않지만, 이와 동시에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해. 그들은 죽지 않는 존재로 알려졌지만실제로 살아가는 존재인지 어떤지는 논란의 대상이란다.
- P310

"우리가 아이를 낳는 이유는 처음 먹어 본 신들의 음식이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을 못 하기 때문이야."
- P311

시간의 화살은 그 압축의 정확성을 앗아간단다. 
스케치가 되는거야, 사진이 아니라. 
기억은 곧 재현이란다. 
그것이 소중한 까닭은 원본보다 나은 동시에 
원본보다 못하기 때문이지.
- P312

하지만 서로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 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해.
서로에게서 떨어질 때, 짝짓기를 한 두 이솝트론 개체는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거든 합쳐지기 전에 그 둘은 서로를 애타게 원했어. 그러다가 헤어질 때, 그들은 스스로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셈이 돼, 둘을 서로에게 이끌리게 한 바로 그 특성이둘의 결합 속에서 불가피하게 파괴되는 거지.
그게 축복인지 아니면 저주인지는 열띤 논란의 주제란다.
- P313

오랫동안, 나는 네 엄마를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엄마가 나 때문에, 딸인 너 때문에 남고 싶어 할 줄 알았거든. 
나는 네 엄마를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사랑했단다. 
그러면서도 네 엄마가 사랑 때문에 변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
"사랑의 형태는 여러 가지야. 그리고 내 사랑은 이렇게 생겼어."
- P325

세상에는 ‘사랑해‘란 말을 전하는 방법이 많이 있어 - P327

이 춥고 어둡고 적막한 우주에는 ‘사랑해‘란 말을 전하는 방법이많이 있단다. 반짝이는 저 별들만큼이나 많이.
- P329

"엄마는 배에서 사는 게 좋았어요?"
"엄만 그 배가 정말 좋았는데… 글쎄, 잘 기억이 안 나네. 사람은 아주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은 잘 기억을 못 해. 그건 우리 인간들의 별난 특징이야. 그래도 배랑 작별 인사를 할 때 정말로 슬펐던건 기억나, 헤어지기가 싫었거든. 그 배는 엄마 집이었으니까."
"나도 내 배랑 헤어지기 싫어요."
엄마는 울었어. 나도 울었고, 그리고 너도 울었지.
엄마는 떠나기 전에 너한테 뽀뽀해 줬어.
"세상에는 ‘사랑해‘란 말을 전하는 방법이 많이 있어."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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