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건축 이야기 -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일본 건축의 본질과 미래
구마 겐고 지음, 서동천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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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 품었던 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한때 나의 꿈은 건축가였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건축공학과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당시 건축업계의 불황 역시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그 길을 선택하지는 못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건축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건축 이야기'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예전부터 좋아하는 건축가를 한 명 꼽자면 안도 다다오였기에, 그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이 책은 일본 건축의 흐름과 역사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이 흑백 사진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표지만 보고 컬러 도서일 것이라 착각했기에 더욱 그랬다. 다만 1900년대 초반의 건축에서 시작하다보니 당시의 흑백 사진이 많았을 것이고, 전체적인 통일성을 위해 흑백으로 구성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책의 시작은 아버지가 보여준 ‘타우트 나무상자’에서 출발한다. 독일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가 만든 상자 뒤에 찍힌 ‘타우트 이노우에’라는 일본어 소인을 계기로 작가의 의문이 시작되고, 그것이 결국 건축이라는 주제에 오래 머물게 된 계기가 된 듯 보인다. 타우트는 나치 정권의 등장으로 일본에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가쓰라리큐를 보고 깊이 매료된다. 사진으로만 접했음에도 나 역시 가쓰라리큐에 반했는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하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교토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타우트가 그 공간에 빠져든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일본에서 새로운 모더니즘이 싹트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책을 읽으며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녹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양이 서양에 대해 가지고 있던 피해의식, 혹은 서양이 더 우월하다는 무의식이 일본 건축가들로 하여금 더욱 애쓰고, 증명하고, 보여주고 싶게 만들었다는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이 책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전쟁 이전과 이후, 특히 패전 후의 건축을 비교하며 시대의 분위기와 가치관이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점도 인상 깊었다. 같은 일본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의 건축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일본 건축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건축가의 꿈을 완전히 놓지 못한 나에게, 조용히 그 기억을 건드린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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