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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부의 본질 ㅣ 현대지성 클래식 73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1월
평점 :
※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소크라테스는 파마머리에 대머리이고, 말을 잘하며 배가 나온 아저씨의 이미지였다. 특히 재판을 받는 장면이 강하게 남아 있었는데, 아마도 예전에 읽다 만 '소크라테스의 변명'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당시 나는 20대 초반이었고, 내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읽다 말고 책을 덮어버렸다. 그 이후로도 끝내 다시 펼치지 못한 책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 읽은 '소크라테스 부의 본질'에서 만난 소크라테스는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꽤 달랐다. 위대한 철학자라기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실천가, 철저한 현실주의자의 모습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평화로운 시기에 가정을 지키고 부를 일구는 방법을 다룬 일종의 경영 매뉴얼이라고 소개되는데, 과연 소크라테스가 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책은 소크라테스와 크리토불로스의 대화로 시작된다. 가정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단순히 부를 소유하는 것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이야기는 점차 가정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법, 사람을 기르는 방법, 그리고 농업으로까지 확장된다.
2부에서는 ‘아름답고 좋은 사람’이라 불리는 이스코마코스와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스코마코스는 아내를 가르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데, 듣다 보면 은근슬쩍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이 보인다. 한편으로는 완전한 팔불출 같기도 하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꽤 꼰대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아내가 예뻐 보이려고 화장을 했을 것인데 화장하지 말라고 하거나, 물건을 못 찾는 아내에게 정리를 잘하라고 훈계하는 대목에서는 솔직히 답답함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문장도 있었다. 배 위의 사람들은 거센 파도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며 필요한 물건을 찾아내는데, 땅 위에 단단히 선 집에 살면서도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는 비유였다. 요즘 들어 정리정돈을 잘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문장은 정말로 내 가슴을 후벼팠다. 웃으면서 읽었지만, 올해는 꼭 정리를 잘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이후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글로 읽다 보니 농업이 꽤 쉬워 보인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의 농업은 날씨와 환경,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책에서 말하는 방식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은 우리가 대접한 만큼 정확히 돌려준다”는 문장은 오래 남았다. 실행력과 근면함을 강조하는 태도, 다스리는 자의 품성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분량도 약 200페이지 정도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현대인들이 한 번쯤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한 가지 궁금증이 남았다. 이스코마코스는 과연 이 모든 지혜를 누구에게서 배운 것일까. 아내 교육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면 모두 자신이 깨달아 가르친 것처럼 보이는데, 과연 그는 혼자서 이 경지에 이른 것일까. 소크라테스와 크세노폰보다도, 오히려 이스코마코스라는 인물이 더 궁금해진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