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는 착각 -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법
황규진 지음 / 북스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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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예전부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혹시 내가 ‘나르시시스트’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 주변에도 나르시시스트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놀랍게도, 내가 과거에 만났던 이성 친구들 중에도 그런 유형의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 여겼지만, 비슷한 만남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이것이 나의 문제는 아닐까 자책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에게 그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어떤 요소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책의 제목처럼,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운명’이라는 착각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나르시시스트’라는 단어를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은, 정작 나르시시스트는 스스로를 나르시시스트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안도감을 느꼈고, 나는 적어도 나르시시스트는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운명이라는 착각'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눈물이 났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겪어온 상황들, 그리고 최근까지도 이어졌던 일들이 책 속에 하나하나 나열되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만남은 즐겁고 기대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런 사람들과의 약속은 그 전날부터 불안감을 안겼다. 내가 혹시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았는지 늘 신경이 곤두섰다. 결국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룬 채,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는 삶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편함을 느끼면 말 대신 ‘침묵’으로 나를 더 깊은 불안 속에 밀어넣었다.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어쩌면 내 이야기 같기도 했고, 그들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이다. 내 감정은 나의 것이고, 내 삶 또한 내 것이다. 나는 최근까지 그들로 인해 ‘신체화’ 증상을 겪으며 많이 힘들었다. 이제는 나를 지키기 위해,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그들과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더 두려워졌지만, 이 아프고 힘든 과정을 통해 내가 더 성장하길 바란다.


이전까지 읽었던 나르시시스트 관련 도서들은 대부분 외국 서적을 번역한 것이라 문체나 표현에서 어색함이 느껴졌는데, 황규진 작가의 '운명이라는 착각'은 그런 이질감이 없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혹시 내가 나르시시스트는 아닐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나, 실제로 나르시시스트라면 어떤 점을 돌아보고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조금만 더 추가되었더라면 더욱 풍성한 책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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