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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란 1 ㅣ 기란 3
비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상의 고대국가 진. 그곳을 다스리는 황궁엔 황제가 아니라 두 늙은 태후만이 있다.
어릴때부터 자불태후의 손에 의해 키워지고 훈육되어온 청년 황제 이윤.
모든것을 다 쥐고 있는것 같지만 하나도 가진것이 없던 윤은 정치적인 이유로 받아들인 서촉
여인 양기란에게 마음을 주고 만다. 양기란 역시 상대가 남자가 아님을 천하의 황제임을 만인의 황제임을 알기때문에 욕심부리지 않고 윤이 이미 정혼자로 두고 있는 유친왕의 양녀와 혼인하기 전인 4년간만 자신만의 사랑으로 두려한다. 하지만, 황궁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마침 윤이 궁을 비운 날 기란을 모함하여 냉궁에 내친다. 그녀는 자신을 키워준 양부가 죽었다는 사실과 집안도 배신을 당해 뿔뿔히 흩어졌다는 잔인한 소식을 듣는다. 다시 궁으로 돌아온 윤은 엄청난 분노를 느끼지만, 드디어 서서히 냉정하고 잔혹한 황제가 되어 철저하게 복수할 날을 계획하며 3년을 기다린다. 그 사이 기란은 냉궁에서 모든것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처지도 각인시킨다. 후궁의 위치라는것에 대해. 아무리 지금 황제의 사랑이 자신에게 있다고 해도 언제 떠날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사랑에 이제 자신을 맡기지 않을거라 다짐을 한다. 그래서 3년만에 드디어 냉궁에서 나오게 됬을때 기란은 윤을 밀어낸다. 그런 기란을 절대로 놓아줄수 없는 윤은 진심을 담아 오열하며 기란을 돌려놓는다. 그리고 황제의 복수가 시작된다. 자신이 유일하게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여인을 고통스럽게 했던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똑같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윤은 변했지만, 기란에게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살가운 황제였다. 마지막으로 어질고 어리고 훌륭하기만 했던 황후가 최대의 불륜과 최대의 음모를 품고 있었음을 밝혀내고 황제는 오히려 황후를 허울뿐인 자리로 남겨놓고 기란과 기란이 낳은 아들과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낸다. 기란은 황제에게 황후도 귀빈도 귀인도 싫다고 한다. 기란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윤이란 남자를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황제는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참, 재밌는 책이었다. 물론, 읽기 쉬운 단순한 로맨스 소설도 아니었다. 무작정 아름답고 가슴아프기만 하고, 행복하기만한 것이 아니라 너무 어둡고 무섭고, 복잡한 궁중 여인들의 암투와 시기와 음모가 난무하는…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는 책이었다. 간간히, 윤과 기란의 가슴아프면서도 예쁜 사랑모습도 보였지만, 책장의 에필로그 부분에 이친왕과 새로운 여인의 등장부분에서 밝게 표현되어있는 부분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책은 무게감이 있다. 남주인 윤도 무겁고, 단단하고, 차갑고, 여주도 상냥하고 아름답긴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그래도 상당히 맘에드는 캐릭터 들이긴 하다. 특히, 윤. 황제이면서 기란의 남자이기를 원하는 외로운 남자. 아니, 이젠 외로운 남자가 아닌데도 왜 윤은 외롭게 느껴지는지. 이 책에서 황제의 외로움과 고달픔과 비애를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가 보다. 다음번 책은 좀 더 가벼운 책을 읽어야 할것 같다. 기란의 무거움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다.
(메두사를 나중에 읽었는데, 기란보다 이전 작품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유명세보다는 못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기란이 훨씬 성숙하고, 구성도 탄탄하고, 매력적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