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퍼실리테이션 테크닉 - 직접 쓰면서 익히는 퍼실리테이터 스킬 워크북
멜리사 알다나 외 지음, 박민정 옮김 / 유엑스리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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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정의하며 시작된다.

퍼실리테이션은 개인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그룹이나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퍼실리테이터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의사결정, 문제해결을 촉진하면서 과정을 통해 그룹 또는 개인을 안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립적인 사람을 말한다.

요즘은 회의, 워크샵, 팀 빌딩 세션 등의 환경에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퍼실리테이션이 인기가 많다.

회사에서 퍼실리테이션을 강조하기도 하고,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회사에 다닐 때, 가끔 외부강사분이 오셔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알려주시곤 했는데, 강사들마다 다른 도구들을 사용했던 기억이 문득 들었다.

세대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서로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협의하여 실천해 보는 것은 지금 조직에서 반드시 우선되어야 할 과제이고, 이 때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퍼실리테이터는 호기심, 실용주의적 관점, 지혜 그리고 겸손을 바탕으로 자신이 맡은 바를 수행함으로써 팀 전체와 팀원 개개인이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 책은 수많은 퍼실리테이터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퍼실리테이션을 위한 다양한 코스와 한차원 높은 퍼실리테이팅을 위한 6단계의 과정을 제시한다.

검은색과 파란색만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이 책은 유쾌하고 과감했다.

그림과 도면, 흐름도, 서명란, 메모란까지 빼곡하게 독자를 배려한 공간이 많아 읽는내내 재미 있었다.


퍼실리테이션 또한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이론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워크숍이 진행되는 느낌이 들게 구성되어 있다.

퍼실리테이터가 가이드가 되고, 참가자가 여행자가 되어 일상 속 퍼실리테이팅, 모임 퍼실리테이팅,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참여 퍼실리테이팅, 문화적 조직전 변화 퍼실리테이팅의 4개 코스를 경험해 배ㅗㄹ 수 있다.

워크숍을 망칠 수 있는 인간의 6가지 편향을 알려주며 개인과 집단 차원의 방지책도 알려준다.

10가지 본능적 사고, 다중지능, 정서지능, 감정, 동기부여, 행동 유형 검사 등을 통해 다양한 성격과 성향을 어울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게 한다.


퍼실리테이터가 된다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갈등 관리일 것이다.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을 떠올려 보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장면이 의견이 다른 두 그룹의 의견 조율이었다. 결과를 퍼실리테이터 마음대로 만들 수 없고, 진행자의 역할을 할 뿐이지만 갈등 관리는 어느 위치에서나 중요할 것이다. 이 책에 갈등 관리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팁이 들어있으니 참고해 보자.


퍼실리테이터는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팀 리더, 강사, 교사 등 모임 내 커뮤니케이션을 늘리며, 모임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테크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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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킹버드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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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년대의 미래. 고위직을 포함하여 모든 노동인력은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생각버스에 올라 생각만 하면 이동이 가능하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자판기에서 구매하기만 하면 된다.

인간들은 대마와 바륩이라는 최면제에 취해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개인영역을 침범하는 행동이 불법이며, 더 이상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감소를 설명하는 설득력 있는 설명 중 '내면'경험 우려의 확산 부분에서 잠시 멈춰선다.

내면의 경험을 우려하는 세상이라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 올라 죽기를 바라는 메이크 나인 로버 스포포스. 하지만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지만 일정 부분 제약이 걸려있는 존재이다.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기회도 선택할 수 없고 오직 인간에 의해서만 죽을 수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 중 가장 강하고 똑똑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살아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유일한 로봇이었다.

그와 비슷한 안드로이드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스스로 부식제를 마시거나, 미쳐 날뛰다 인간들에게 부서졌다.


한 번 기억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에게는 페이즐리라는 인간 남자 연구원의 뇌 수정본이 탑재되어 있고 신체 나이는 서른 살로 설정되어 늙지 않고, 영원히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놀랍게도 사랑에 빠졌지만, 그는 그대로인데 늙어가는 그녀를 보는 건 왠지 서글픈 일이다.

망각도 없이 영원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온 세상이 프로그램화 되어 인간들은 배우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각종 세뇌를 당한 인간들은 읽고, 쓰기를 전혀 못한다.

개인주의 성향을 강조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전혀 하지 못하도록 교육받는다.

얼마 남지 않은 인간들도 곧 다 사라질 것이다.

그 와중에 스스로 '읽기'를 배웠다며 나타난 남자가 있다. 오하이오의 폴 벤틀리.

지구에는 오랫동안 글을 읽을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놀라운 일이었다.

책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는 폴은 읽기만 가능했고 단어의 뜻은 사전을 통하여 하나씩 학습하는 수준이었다.

나중에는 깨달음을 통해 변화하지만, 그가 메리 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다른 인간과 같은 삶을 살다 죽어가지 않았을까?


다시 독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로지 긴 줄글로 된 책을 읽는 게 해답이 될 것이다.

말은 하되 읽거나 쓰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보탤 수 없다면 인간은 충분히 로봇보다 더 못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모킹버드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흉내지빠귀다.

우리가 그저 읽기만을 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모킹버드에 지나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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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아웃풋 - 막연한 기대를 현실로 풀어내는 사고 모드
촉촉한마케터(조한솔)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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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내야 해!'라는 긴장 모드가 꺼진, 차분하고 고요한 상태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라는 문장은 이 책의 '시작하며'부분에 쓰여 있던 문장이다.

'의지력'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자기계발서를 수도 없이 읽어왔고, 의지력이 없는 나를 자책하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색하게 앉아있던 둘의 관계 개선에 필요한 건 의지력이 아니지 않은가.

이 때 둘의 관계에서는 저항감이 존재하고, 이 저항의 지점에서 필요한 건 이완이다.

이 책은 서두 부분만 읽고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끝까지 읽고야 말았다.

책은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유용한 아웃풋의 솔루션을 담고 있었다.


1부에서는 저항감과 이완법을 다룬다.

'지금 내 상황과 주변 사람들은 그대로이지만, 이에 대한 나의 반응은 바뀔 수 있다'

저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이 문장을 시작으로 이완 연습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감정을 부정하거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고, 몸의 저항을 낮추어 불편한 느낌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똑똑한 방법이었다.

고등학생 때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었다니, 그리고 그것을 이리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생각을 생각으로 계속해서 덮지 않고, 그냥 그대로 얻어맞는 것을 선택해 저항감을 낮췄다.

생각은 새로운 생각들을 불러오고 그 생각이 다른 생각들로 덮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된 적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똘똘한 방법으로 시간 텀을 두며 이완을 통해 스스로 저항감을 낮춰 결국엔 아웃풋을 낸 저자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컨디션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한 부분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누구앞에서 설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마이너스 컨디션에서 플러스 컨디션으로 가려면 제로 컨디션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자극이 없이도 현실에 머물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는 제로 컨디션. 일을 하기 전에는 마이너스 컨디션이었는데,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 플러스 컨디션으로 나를 억지로 끌어올리려고 했던 것 같다. 이 때 필요한 게 이완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일 전에 어쩔 수 없이 음악이나 동영상을 찾아 헤매던 것이 마이너스 컨디션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해석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저자는 심리적, 신체적 저항감을 낮추기 위해서 ‘이완’의 방법을 제시하며, 긴장을 풀고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수용하면 오히려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2부에서는 인풋 중독과 아웃풋 강박에 대처하는 방식을 다룬다.

인풋에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면, 아웃풋에 관해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었거나 한계를 뛰어넘는 환상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경우, 계속해서 얻어낼 결과물을 기대할 경우를 따져본다면 애씀이 효율적일 수 있다.

자신의 분야가 AI에 대체될까 봐 혹은 경쟁자들이 몰린다거나 뒤처진 기분이 들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을 때 적용해 보면 좋을 문제를 차분하게 바라보며 현실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돕는 다양한 사고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이때까지 읽은 뻔한 자기계발서의 구태의연한 문장들에 지쳤다면 이 책으로 자신의 저항감과 이완, 능동적 아웃풋을 내는 방법들에 대한 생각들로 생각을 전환시켜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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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닐 수 있다 - 브랜딩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현장의 모든 질문과 해답
이근상 지음 / 몽스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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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의 저자의 본격 개별 브랜딩에 관한 코칭 북.


사람들의 온라인과 모바일의 생활화로 TV광고보다 SNS나 온라인 제품 리뷰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서 제품을 포장하는 광고는 더 이상 힘이 없어졌다. 본격적으로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본질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잘 만들어가면 별다른 도움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던 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해 보는 순간, 제대로 된 브랜딩이 시작된다고 말하며, 브랜드의 정의부터 확실히 하자고 한다. 브랜드는 제품과 다르다. 현장에서 생산된 서비스나 그 무엇이 제품이라면 그 무엇에 대해 소비자가 갖고 있는 인식이 브랜드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사람을 키우는 일과 같다고 설명한다.

'어떤' 인격체로 키울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것이 집중하라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이미지화는 브랜딩에서 어떤 힘도 갖지 못한다. 제품의 구체적인 성격을 염두에 두고 성장시켜야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핵심가치가 된다.

나는 내 브랜드를 '어떤' 인격체로 키울 것인가.

'어떤' 에 어떤 재료를 넣고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잠시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어 브랜딩이 중요하다.

같은 업종 종사자들 중에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른 브랜드의 모습을 가질 수 있었기에 사업 초기에는 고민이 많았다.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방향을 잡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 책이 지금하고 있는 일에 대해 휴가를 맞아 다시 생각해 보게끔 만들어 주었다.


사람을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대로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브랜딩이라고 이해하면 많은 문제들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나는 내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앞으로 나의 브랜딩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핵심 가치는? 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브랜드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아주 많다.

크게 내 삶에 의미가 있는 사람들, 부정적 딱지를 붙일 수 있는 사람들,그리고 그저 '아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브랜드를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중 내 삶에 필요한 브랜드란 내 삶에 의미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브랜드를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브랜드에 관한 이해도를 높였다.

내가 하루 중 읽고, 쓰고,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지극히 그것들은 개인적인 취향과 성향에 의해 선택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들은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고, 혹은 어떤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들일 때가 많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을 개개인은 다시 찾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서비스는 실체가 없기에 어떤 인식이 마케팅에 유리할까를 늘 고민해오곤 했었는데, 그 대목을 이 책에서 찾아 읽을 수 있었다.

1980년대 펩시콜라의 광고였다. '젊은 세대들의 선택'이라는 문구 아래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이미지 광고는 한 때 성공을 거두었지만 실체가 없었기에 1위 자리를 계속해서 지속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DNA를 장착해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의미가 되는 브랜드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의미가 되기 위한 실체가 브랜드의 DNA안에 있어야 그것을 선택한다.


책은 31개의 질문과 답의 형식을 취했는데 여러 분야의 담당자들이 마케팅 일선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그 해답이 쓰여 있었다.

실제 브랜딩을 하면서 겪었던 저자의 구체적인 진단과 해결책에 제시된다. 실제 자신의 궁금증과 비슷한 질문과 해답을 만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브랜드가 처한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겠지만 말이다.


브랜드에 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도 일이지만 개인도 브랜딩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변화무쌍한 존재지만, 고유의 향기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가끔 그 사람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더라도 참고 기다리다 보면 그 사람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기도 하니까.

그것을 알아보고 기다려주는 사람은 이미 그 브랜드를 선택한 고객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사람이 많은 변화를 겪고 성장해 있다면, 그 과정을 궁금해하고 그것을 응원하게 되는 사람.

나도 그런 구독자가 되어야지. 그리고 나한테도 그런 구독자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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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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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결국 나를 어린 시절, 그것도 딱 초등학교 5학년으로 데려다 놓고야 말았다.


세 명의 아이들이 등장하고, 시간은 성인이 된 현재와 아이였을 때가 교차된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본 적이 있다는 한마디에 모임을 만들고, 자판기를 찾는 여정을 겪으며, 그것들이 사춘기의 감정들과 엮여 전개된다.

독특한 소재였다. 계란프라이 자판기라니.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던 거라고 해서 놀라웠다.

반숙, 완숙을 선택할 수도 있었고, 소금을 칠지 안칠지도 선택할 수 있었다.

표지이미지나 제목만을 봤을 때 밝을 줄 알았던 이야기는 대책없이 차갑고 서늘하고 막막했다.

소외된 현실, 그 현실의 고달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주어진 삶에 적응을 해 버리면 십대도 마치 어른과 같은 삶을 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주인공 지나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 시절 초등학교 5학년들이 가지는 평범한 생각을 하고, 비슷하게 첫사랑을 경험한다. 현재 지나는 시나리오 작가이다.

현재 지나는 어느 날 부고 문자를 받게 된다.


고 한지택.


한지택은 지나가 12살 때, 서울에서 전학을 온 친구였고, 조금은 특별했다.

지택이는 점심시간에 지나에게 식판을 내밀며 고기는 먹지 않으니, 야채를 달라고 했고, 그것이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공장식 축산 산업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지나는 그것이 왠지 멋있는 표현인 것만 같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지고, 지택에게 관심이 생긴다.

그런 지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나온 말이었던 계란자판기. 그것은 지택이도 알고 있었고, 지택의 제안으로 친구들은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으러 떠나게 된다.


어른이 된 지나가 지택의 빈소를 찾으며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구성되는데, 과거의 일이 현재까지 연결되면서 아이들은 옛 일을 떠올리며 그 때의 일들을 하나둘 떠올려 보게 된다.

아이들이 녹화를 해가면서 찾은 계란프라이 자판기는 글의 제목, 사건의 흐름을 구성하는 중요한 소재지만 그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었다.


지택은 태어났을 때부터 외로운 아이였고, 편견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힘들었다.

다름이 편견이 되어 돌아왔고, 그런 생각을 하는 어른들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조금은 불편한 상황과 대화들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들이 매끄럽게 이어져 있어 이어 읽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책을 다 읽고 생각해 봤는데, 책을 읽을 때 나를 불편하게 만든 건, 내가 딱 지나의 나이였을 때, 그 때만 할 수 있었던 생각이나 행동들, 그 때 나만 하는 것 같던 공상들이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마구 떠올라서 그것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읽다보니 나중에는 웬만한 은어나 욕설이 나와도 괜찮았다.

그때쯤에는 이야기에 동화되어 내가 이미 그 때의 나로 돌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속에도 스스로 그어 놓은 선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돌아보게 된다.

그것이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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