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철학하다 - 삶은 어떻게 글이 되고, 글은 어떻게 철학이 되는가
이남훈 지음 / 지음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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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남훈의 『글쓰기를 철학하다』를 읽는 동안,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 쓰였기보다는 글과 함께 살아온 한 사람의 시간을 천천히 풀어놓은 기록처럼 느껴졌다. 요령이나 기술을 기대하고 펼치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생각하는 일 자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책에서 글쓰기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가깝고, 완성보다는 머무름에 가까운 행위로 다뤄진다.

책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조급함과는 거리가 멀다. 빠르게 쓰는 법, 잘 팔리는 문장을 만드는 법 대신, 한 문장이 태어나기 전의 시간을 오래 바라본다.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왜 쓰게 되었는지를 되묻고, 생각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결론으로 가는 일을 경계한다. 글이 막히는 순간조차도 실패가 아니라, 생각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읽다 보면 글쓰기와 삶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무언가를 쉽게 단정하지 않고, 불편한 생각 앞에서도 눈을 돌리지 않으며, 애매한 상태를 견디는 태도. 그런 시간들이 쌓여 문장이 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은 유난히 정제되어 있다기보다, 충분히 숙성된 듯한 인상을 준다.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사유의 무게가 배어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지점은 글쓰기를 대하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이었다. 잘 써야 한다는 압박 대신,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글이 잘 나오지 않는 날에도 그 시간을 헛되이 느끼지 않게 된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멈춰 서 있는 순간조차도 글쓰기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글쓰기를 철학하다』는 글을 쓰는 사람만을 위한 책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싶지만 늘 중간에서 멈추게 되는 사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오래 품고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닿는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바로 무언가를 쓰고 싶어지기보다는, 생각을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싶어진다. 서둘러 문장을 만들기보다, 그 이전의 시간을 존중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각자의 속도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을 오래 품고 있는 상태 자체가 이미 글쓰기라는 사실을, 조용히 체감하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난 뒤보다, 읽고 있는 동안 더 오래 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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