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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생활 -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마그누스 프리드 지음, 김하린 옮김 / 북플랫 / 2025년 10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마그누스 프리드의 《고요한 생활》은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멈춤’의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책이었다. 삶은 늘 속도와 효율을 요구하고, 우리는 해야 할 일들의 목록에 스스로를 몰아넣으며 하루를 소비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오히려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늦추고, 한 문장을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프리드는 고요함이 결코 특별한 순간이나 특정한 장소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일상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책은 명상과 마음챙김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오랫동안 요가와 명상을 지도한 사람답게, ‘고요함’이라는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내려놓는다. 커피가 식어가는 시간, 출근길 신호등 앞에서의 짧은 정지,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잠시 듣는 일, 이런 소소한 순간을 붙잡는 것이 바로 고요함의 출발이라고 한다. 우리는 늘 더 크고 더 대단한 것을 바라보지만, 프리드는 오히려 작고 단순한 것들 속에서 마음의 균형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 말이 요란한 조언보다 훨씬 더 내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자연과의 연결에 대한 그의 시선이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자연 앞에서는 금방 풀어진다는 사실을 그는 여러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숲길을 걸을 때의 호흡, 물결의 반복되는 리듬,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 같은 것들은 우리가 잊고 지낸 감각을 되살려준다. 프리드는 자연을 ‘평온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원래 연결되어 있던 하나의 리듬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자연을 찾아가는 일은 도피가 아니라 회복이라는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내 일상의 속도를 떠올려보았다. 늘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채우려 했고, 잠깐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으려 했던 습관들이 얼마나 나를 지치게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프리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 시간은 게으름이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그동안 얼마나 ‘멈춤’을 죄책감으로 여겨왔는지 깨달았다.
《고요한 생활》은 화려한 문체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용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우리가 잊고 지낸 감각들을 천천히 일깨운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프리드의 문장들이 계속 마음속에서 잔잔히 울렸다. “고요함은 특별한 사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선택이다”라는 메시지가 은근한 여운처럼 남았다.
결국 이 책은 내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나는 오늘, 나를 위한 고요한 1분을 만들었는가?
그 질문은 앞으로도 내 하루를 천천히, 그리고 더 온전히 살아가게 해줄 작은 이정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