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삼키는 아이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사사프라스 드 브라윈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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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가 낯설지 않았다. 나도 어릴 적부터 감정을 잘 삼키는 아이였다. 울면 혼날까 봐, 화내면 미움받을까 봐, 늘 조심스럽게 웃는 얼굴을 붙잡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참는 게 ‘성숙한 일’이라 믿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그건 성숙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는 걸. 사랑받기 위해 나를 꾹 눌러 담았던 시간들이 내 안의 감정을 얼마나 병들게 했는지,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책 속의 아이도 나처럼 감정을 삼켰다. 엄마의 눈치를 보고, 친구의 표정을 살피며, 자기 감정보다 타인의 기분을 먼저 헤아렸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지금의 나처럼, 마음 한구석이 늘 답답한 채로 살아가겠지.

작가는 말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약한 게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힘이라고. 그 문장을 읽는데, 가슴이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내 감정을 무시하고 있었을까. 기쁨보다 평온을, 분노보다 이해를, 슬픔보다 이성을 선택하려 애쓰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나를 잃는 방법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 거울 앞에 서서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봤다. 오늘은 그냥, 기분이 그렇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슬프면 슬프다고, 화나면 화났다고. 감정을 삼키지 않고 꺼내어 보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려 한다.

『감정을 삼키는 아이』는 결국, 어른이 된 나에게 쓴 편지 같았다. 삼켜온 감정들로부터 나를 다시 구해내라는, 늦지 않은 다정한 부탁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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