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 - 메시지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명언의 힘
김정미(조안쌤)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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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를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쓰는 시간’의 가치를 다시 떠올렸다. 요즘 하루를 돌아보면, 손으로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 자판에 짧은 글을 입력하고, 화면을 스치듯 넘기며 읽고, 기억은 금세 흘려보낸다. 그런 내게 저자는 묻는다.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책을 따라 고전을 필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고요한 아침, 빈 노트 한 권과 펜 하나. 눈앞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활자 속에 갇혀 있던 고전의 숨결이 내 손끝을 통해 되살아나는 느낌일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는 과정은 느리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서 오히려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단어가, 손으로 적을 때는 마음에 오래 머문다. 마치 오래된 책 속 문장이 내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 같다. 저자는 이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표현한다. 수백 년 전 사상가의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동시에 내 안의 목소리도 듣게 된다.

책은 필사의 효과를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단지 하루 10분의 필사가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되찾아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단순한 행위가 주는 울림은 크다. 사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록하며 살아왔던 존재 아닌가. 일기, 편지, 메모…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손글씨는 사라지고, 마음은 더 바쁘고 조급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책장을 덮고 나니, 나도 노트 한 권을 꺼내고 싶어졌다. 꼭 멋진 문장이 아니어도, 오늘 나를 스친 한 구절을 옮겨 적으며 하루를 채워 보고 싶다. 그렇게 쌓인 페이지가 언젠가 내 삶의 기록이 되고, 또 하나의 고전이 되지 않을까.

『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는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작은 습관 하나로 삶을 단단하게 세워가는 길을 보여준다. 빠른 세상에 휩쓸려 지칠 때, 잠시 멈추어 펜을 드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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