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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이 인격이다 -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가 전하는 다정함의 심리학
김선희 지음 / 나무생각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진화론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동안 수많은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킨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 그것은 강하고 월등한 힘을 가진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으로 종종 해석되어 왔다.
강한 개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을까?
사실은 강하고 공격적인 개체는 잘 살아남기가 힘들다.
친화력 위주로 진화한 보노보들은 침팬지보다 훨씬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다.
인류도 친화력, 다정함 때문에 지금에 이르렀다.
호모사피엔스는 타인의 마음을 읽고 헤아리는 능력이 있고,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기에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타인을 의식하면서부터 우리는 본능을 억제하고 자제력이라는 것을 갖게 된다.
화가 난다고 다 때려부루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관용을 베푼 뒤 돌아오는 보상을 계산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관계가 형성되고 점점 사회가 커가면서 더 나은 기술을 갖게 되고, 언어 능력 덕분에 기술을 전수할 수도 있게 되었다.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기라도 타인와 시선을 맞추거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있을 정도로 인류는 타인과 어우러져 사는 쪽으로 진화되었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지능이 뛰어난 유인원도 하기 힘든 부분이 이 부분이다.
손짓에 반응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리라는 걸 헤아리고 추측하는 능력으로 지능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간단한 언어 소통돠 되고 거짓말도 추측할 수 있는 침팬지는 아무리 훈련을 해도 사람의 손짓을 읽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류의 생존 비결을 완전히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협력이나 공존, 남과 더불어 살기보다는 나와 내 가족만 챙기기 급급한 것 같다.
사람은 환경을 떠나 지낼 수도 없고, 홀로 살 수도 없는 데 말이다.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진다.
다정함으로 살아남은 나, 그리고 우리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다정함의 방향이 외부로 향하는 것도 중요하나 먼저 상처받기 쉽고 미처 보살피지 못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소중히 돌보고 관리해야 할 자신을 외면하고 너무 차갑게 방치하지 않았나 돌아보자.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나쁜 생각을 했다고 하자. 그런 순간에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나를 자책하느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연유를 따스한 시선으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드니,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내 주위에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다정함을 가진 인격체가 있는지 문득 생각해보며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나에게 다정하지 못했는데, 어디에서 다정을 찾는단 말인가. 타인의 폭언과 무심한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깨지고, 삶의 위기 앞에서 잔뜩 온갖 불안에 휩싸여 있는 나에게 멈추어야 할 것은 자책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다정의 모습을 찾고 싶어 이 책을 꺼내 읽었는데 그 다정함을 내가 나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것으로 족했다. 이런 나에게도 조금의 여유가 더 생긴다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인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다정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