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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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만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작가가 누군기 궁금하여 들여다 보았더니 '오서'.

작가라는 뜻의 영어단어의 발음을 그냥 읽은 것이란다.


삼랑진역은 경상남도 밀양시에 있는 철도역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직장까지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창화, 느릿느릿 창가에 스쳐 지나가는 풀잎 하나하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무궁화호에 탑승하고, 미정과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다.

목적지가 부산인 창화에게 왜 KTX가 아니라 무궁화호를 탔냐고 묻는 미정.

그 질문을 시작으로 둘 사이의 대화가 시작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시시콜콜한 대화, 요즘 같을 때 그게 가당키나 한가.

나는 정말 자주 열차를 타는 편이지만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은 이십년 전이 마지막이다.

그 때 사진기를 들고 부산에 혼자 여행을 가던 중이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분이 왜 그리 사진을 찍는 건지 궁금하다고 물어보셔서 그것에 대한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도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둘 다 혼자 여행하는 중이었어서 그런지 나눌 이야기들도 많고, 이야기가 대체로 많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아직까지도 부산을 떠올리면 함께 기억이 날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마,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서겠지?

창화는 미정과의 대화 속에서 새롭게 삼랑진을 알게 된다.

그때 미정이 묻지 않았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그들의 대화.

그리고 알지 못했을 곳, 삼랑진.

사람으로부터, 회사로부터 존중받지 못했던 창화외 미정. 그들은 아예 처음부터 섞일 수 없는 공간에 꾸역꾸역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더이상 볼 일 없을 남이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오히려 그 누구에게보다 솔직해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걸림돌, 갈림길, 막다른 길, 그 어디인지도 모를 공간에 지친 둘, 가장 느린 열차인 무궁화호 안에서 왜 가장 빠른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답답했 마음에 조그마한 바람구멍이 생기고, 둘의 대화는 거리를 조금 두고 바라봐야만 비로소 아름답게 느껴지는 야경같은 대화로 서로의 마음에 각인된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 있다.

원치 않는 인생의 반복을 순응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인생은 실패한 인생일까?

멈추지 못하는 것은 올바른 인생일까?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고, 순간순간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나라면 선뜻 용기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실천을 이룬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것일까?

진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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