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
김욱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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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북커버에 고이 싸서 가방에 넣어 내가 가는 어디든 가지고 다니던 책,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니, 앙상한 나뭇가지에 남은 열매를 쪼아대고 있는 새들이 보인다.

나는 나이가 훌쩍 들어버린 것 같은 착각에 잠시 빠진다.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어른인 척 하기는 쉽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조금은 어른스러워지고 싶어진다.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는 것이 일상인 나는 책 제목을 검색하다 지친 날에는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보기도 한다.

무료한 일상의 한 때를 보내는 나만의 방법이다.

이 책의 작가 소개를 읽고 작가분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정말 좋아했던 책들, 아직도 내 책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책들의 번역가이자 작가이시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이내 놀라고야 말았다. 이 분의 나이가 90세에 이르다니.

일본어, 독일어, 영어를 막론하고 번역을 하고 계시는 현역 번역가이자 작가의 나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저자는 하늘을 날지는 못해도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자신의 새로운 하늘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소설가를 꿈꾸던 소년은 어느새 아흔의 노인이 되었다.

번역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한 건 그의 나이 일흔이었다.

자기계발서나 철학서에서 익히 찾아읽었던 문장은 바로 그의 삶 그 자체였다.

가르침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작가의 다짐을 고스란히 담은 듯, 문장은 진솔하고 평온하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사는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그의 문장을 보면 감히 짐작해볼 수 있다.


다른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태의연한 문장들이 거의 없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을 깊게 해볼 수 있도록 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자신을 무책임한 아버지, 경제관념이 부족한 남편이라고 말하면서 쓴 문장이 있다.

'나는 그렇게 이기적으로 돌변해서라도 나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에 도취되고 싶다.'

나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이라는 표현을 보며, 잠시 생각해 본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의 비율은 얼마 정도가 될까?

나는 나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끼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의 치부를 까발리면서 쓰는 진솔한 글쓰기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 걸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남들의 시선과 세상의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앞으로의 내 삶은 더욱더 나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삶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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