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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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 25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인간에 대한 질문과 응답의 형식으로 최근 한국소설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자기와 정체성 사이에 있는 인간 존재가 소설의 허구적인 인물의 삶과 겹쳐질 때 발생하는 문학적 성찰들이 흥미롭다.


이효석 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손보미의 '끝없는 밤'

그녀는 엄청난 부자와 결혼을 했을까? 그녀가 친구들과 들른 사주카페에서는 그녀가 엄청난 부자와 결혼을 한다고 했었다. 그녀는 현재 10억을 웃도는 가격의 요트를 타고 있다. 지인의 요트이다. 물론 내키지는 않았다.

요트를 타게 된 이유는 샅굴부위가 아파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남편의 친한 친구와 미묘한 관계를 맺기도 하고, 강아지를 치료해 준 수의사와도 미묘한 관계를 맺는다. 샅굴부위가 아픈 건 죄책감에서 연루한 것은 아닐까?

어두운 밤처럼 깜깜한 관계들. 끝없는 밤은 밑도 끝도 없이 답답하기만 했던 관계들과 닮아 있다.

잠잠하던 바다에 폭풍이 몰아치고, 그녀의 상념이 함께 요동친다. 전체적으로 다시 읽고 싶지는 않은 내용이지만, 건조한 자신의 결혼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했고, 꽤 균형을 이루고 살고 있었던 그녀와 물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 있던 요트와 함께, 요트가 휘청거리고 사람들이 쓰러질 정도로 파도가 거세지던 그 시간 그녀의 내면 묘사는 좋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수상 소감이 작품 뒤에 쓰여 있었는데, 사실 이 부분 덕분에 소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 세상을 이해한다는 건 백 퍼센트 불가능하다.'라고 고백했다.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거야.라고 내내 생각했던 모양이다.

내가 글을 읽기 힘들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문지혁의 '허리케인 나이트'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처럼 국제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되진 못했다.

허리케인 때문에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 피터 최 집에 하루 신세를 지게 된다. 피터 최와 함께 있게 된 주인공의 마음 상태가 주된 내용이다.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부끄러운 나의 내면의 모습들이 이따금씩 떠올랐다.

소설은 그렇게 나와 내가 만날 수 있도록 그 간극을 좁히기도 했다.


성해나의 '혼모노'

문장력이 다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나를 몰입하게, 웃게 만들었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이 소설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할멈이 떠난 박수무당의 마지막 굿. 이 부분의 박진감넘치는 묘사는 몇 번을 읽어봐도 다시 읽고 싶을만큼 강렬했다.

평생 관심이 없었던 무속이지만, 생생하게 그려진 굿판 하나에 미친듯이 매료된다.

젊은 작가상에서 만났던 작품이라 더 반가웠다.​


현시대의 감수성이 궁금하다면 2024 문학작품집을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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