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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된 너에게 (에세이 버전, 양장) - 여성학자 박혜란이 전하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 ㅣ 오십이 된 너에게
박혜란 지음 / 토트 / 2024년 7월
평점 :
어떤 엄마가 되든 간에 중심이 필요했다.
한참 육아를 했을 때, 박혜란 님의 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집어든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 한 일이었다.
전작 '나이듦에 대하여'를 먼저 읽었는데, 나중에 육아서를 쓴 분이 같은 분이란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육아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아이 교육은 어떻게 게 해나가야 할지 잘 알 수 없었고, 어디 물어볼 데도 없었던 나.
그 시절 갈팡질팡하는 나와 아이를 '믿는 것'으로 사이좋게, 돈독하게 엮게 도와 준 책이었다.
그가 오십이 된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오십을 마주한 자식 세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에세이로 적어냈다.
책을 덮고 처음 든 생각은, 이때까지 읽은 책과 내용이 같다. 였다.
그가 책을 쓰기 시작한 50 이후부터 30년간 쓴 책의 내용은 놀라울만큼 비슷하다고 하니, 내가 읽고 느낀 게 맞았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일관성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슴슴한 '삼시 세끼' 같은 말들이 나에게로 와 닿았고, 그것이 일시적인 생각이 아니었음이 나를 안심하게 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자신의 생각을 꾹꾹 눌러 쓴 이 책은 읽고 있으면, '어? 정말? 이런 생각을 작가님도 하셨다고?'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자신의 민낯을 끝도없이 드러낸 이 책은 자심감마저 들게 했다. 앞으로 50을 맞이할 내 삶을 잘 보낼 것 같은 자신감 말이다. 그것은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은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과 함께하는 마음이다. 그것이 물론 모든 상황이 비교적 좋은 편인 즈음해서 인생을 끝내도 좋다는 패배감 같은 걸지라도, 그렇게 죽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분명 자신감과 닿아있다.
최근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에 관한 글을 자주 보게 되었다. 한 번 눈에 띄어 클릭했던 어떤 책의 내용이었는데 이제 눈을 뜨기만 하면 관련 글들을 창으로 띄워주는 못마땅하게 똑똑한 AI 때문이다. 삶와 죽음은 항상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을 일다보니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을지 조금은 그려지는 느낌이 든다. 나만 할 것 같은 부끄러운 생각들이 필터없이 인쇄되어 있는 몇몇 페이지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사람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것에는 나이가 들면서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생각도 있지만, 20대와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나'의 모습도 분명 있었다.
책에는 글이 많지 않다. 이 책이 필사 버전으로도 출간된 모양인데, 글과 글 사이의 여백이 많고, 짧은 생각의 단상이 적힌 거라 언제 어느 페이지를 펴 읽어도 좋았고, 필사하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세인생이라면 이제 인생의 반을 맞이한 50. 그들에게 박혜란이 전하는 메시지의 요점은 '나도 그랬어.'가 아닐까.
지면을 맞대고 앉아있지만, 마음만큼은 바로 곁에서 전해받은 것만 같다.
간지러운 토닥거림, 나도 그랬다는 공감의 메시지가 작지만 큰 여운으로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