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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배우는 시간 -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더욱 빛을 발하는 침묵의 품격
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서교책방 / 2024년 7월
평점 :
세상은 수많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소리들에 귀는 쉴 틈이 없다.
무언가를 잘 알면 세 마디로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모두 이야기를 못해 안달일까?
그건 침묵의 힘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침묵이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게 아닌 그 다음을 위한 숨고르기 단계다.
첫 단계가 잘 이루어진다면 그 후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까? 고민이 된다면 이 책에서 그 유일한 솔루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침묵을 사용하여 원하던 목적을 이루게 되었다.
라고, 이 책의 결론을 미리 지어버린다면 책의 내용을 읽기도 전에 지쳐버리겠지?
침묵을 소재로 책 한 권을 채운 것에 대해 일단 찬사를 보낸다.
침묵을 설명하기 위해 책 한 권을 할애할 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가는 실제로는 엄청난 수다쟁이가 아닐까?
그토록이나 침묵의 중요성과 힘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생각된다.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끊임없이 내가 결코 침묵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했다.
적절하게 침묵하는 것은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화가 나면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했던 이야기들을 수없이 반복해야 되기도 했다.
정적이 고통스러워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억지로 만들어내며 떠들어댄 적도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정말이지 침묵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 침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은 아주 많은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힘은 놀라웠다.
이 책에서 침묵을 쉽게 연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책읽기를 소개한다.
소리내어 읽되 최대한 많이 쉬면서 읽어보기.
나는 보통 조용한 공간을 찾아가 책을 읽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소리를 내어 읽을 기회는 없었는데, 집에서 읽을 때는 한 번 시도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의 몰입 또한 나에겐 선물같은 시간이 될테니까.
나는 대화를 좋아한다. 단 좋은 대화.
솔직히 나에게는 좋은 대화>>침묵이다.
침묵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도 좋은 대화를 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분명 쓰여 있다.
진짜 관심을 보이면 좋은 대화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좋은 대화가 아니라면, 침묵을 훨씬 더 선호한다.
개인적으로 즉답하는 경향이 있어 part 6를 가장 공들여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생각을 한 후 대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바로 대답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도발적인 질문일 경우, 대답할 가치도 없을 때가 더 많았다는 것을 늘 뒤늦게 알아채곤 즉답해 버린 나를 후회하곤 했었다.
그 때 필요했던 건 공격적인 침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생각은 하되 절대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는것.
내가 할 수 있는 비언어적 행동들로 그 사람이 스스로의 질문이 잘못되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
그게 필요했다. 내공이 많이 부족했다는 걸 인정한다. 더 많이 연습해야겠다.
며칠전에도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정성들여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가만히 그 사람의 두 눈을 바라봤으면 어땠을까.
침묵도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말을 하면 할수록 그 힘이 떨어지는 것 같다.
침묵은 상대를 당황시키기 충분하다.
쉬지 않고 말하던 그 사람은 상대방을 이해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사춘기 우리 아이에게 현명한 침묵으로 대처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다짐해 본다.
계속해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다면 이 문장을 계속 떠올려 볼까 한다.
말을 하려거든 침묵보다 더 가치 있는 말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