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딛고 다이빙 -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송혜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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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몸을 얼마나 안 움직이고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지 실험 중이기라도 한 것마냥, 나는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 1000보도 걷지 않는 날이 많다. 이런 나를 나는 많이도 걱정했지만, 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 책은 이런 나를 나무라지 않았다. 때론 나같거나 나보다 더한 수많은 모먼트들을 아주 적나라하게 적어놓고 있어 위로가 되었다. 저자는 당당하게 말한다. 못 걷는 게 아니라 안 걷는 거라고. 웬만해서는 침대 위를 벗어나지 않고 운동은 커녕 산책조차 하지 않는 저질체력을 가지고 있다. 침대 주변에 모든 생필품들을 두고 생활하고, 대중교통에서는 빈 자리 찾기 고수다. 안 움직여 인간의 삶을 상세하게도 보여주는 책 전반부는 너무나도 솔직했기에 웃픈 순간들이 많았고, 읽는내내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나같은 안 움직여 인간들이라면 공감할만한 내용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작가도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고 움직이는 인간이 되어간다. 그 과정은 눈물겹고 험란했다.

세상에서 내 몸 하나 일으키기가 제일 힘든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종목을 빠꾸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았고 조금씩 움직이고 조금씩 근육을 만들어 나간다. 몸이 움직이는 것은 결국엔 마음을 움직이는 일임일 안다. 나같은 경우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게 너무나 힘들어 근육 하나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얼른 움직여야 된다는 걸 아는데, 그 마음을 먹는 게 참 힘들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슬라임을 꿈꿨던 그녀가 수영장으로 뛰어들기까지 과정을 지켜보며, 공감하게 되고, 응원하고 싶어지고, 가끔씩 운동이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인데, 누구나 안 움직이고 싶은 영역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몸은 많이 움직이지 않았었지만 끊임없이 프리랜서로써 글은 써 왔다.

누군가에게는 독서, 글쓰기, 공부, 모임 등이 움직이고 싶지 않은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조금씩, 조금씩 미세하게 움직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힘듦을 안다.

그래서 안 움직여 인간의 움직임들을 응원하고 싶다.

각자가 움직여야 하는, 움직이고 싶은 영역에서 작은 성공들의 연속을 맛보길 바란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기꺼이 움직이는 삶을 자신의 삶에 들여놓는 작가.

나도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옷을 갈아입고 나가봐야겠다.

결국 오늘도 나를 움직이는 건, 죄책감을 주는 한 마디 날카로운 말이 아니라, 건강히 잘 지내라는 따스한 말 한 마디였다.

이제 그녀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기가 찾아오더라도, 운동을 잠시 쉬고 있을 뿐 다시는 운동하지 않는 삶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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