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문장들 - 10년 차 카피라이터의 인생의 방향이 되어준 문장
오하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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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따금씩 경이로움까지 느껴지는 그 찬란한 순간은 독서를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으리라.

정성스레 캘리그라피로 적은 시 한편, 인화된 사진,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 그리고 책.

지난 한 해도 나를 움직인 것들은 거대한 집이나 삐까뻔쩍한 드림카가 아니라 종이를 통해 전해지는 평범한 문장들과 이야기들이었다.


이 책은 저자를 움직인 문장들의 합집합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인터뷰 기사를 보다가, 카피를 만들다가, 영화를 보다가, 누군가의 댓글을 보다가 자신을 움직인 문장들을 옮겨 놓았다.


두서없다.

그 두서없음이 주는 매력이 아주아주 컸다.

10년차 카피라이터에게 영감을 준 문장들은 특별한 것들이 아니었기에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스피커가 안으로 향한 사람이라는 것을 감사하게 되었다.

나의 자존을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취미가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그것이 결코 고민거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취향은 결국 내 삶의 방향성이 되어줄 것이고, 평생 바닥나지 않을 즐거움이 되어줄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도 생겼다.

침착맨의 결혼 축사는 별일 없는 지루함이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 알게끔 해주었다.

평범함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새해에도 잊지 않고 인지할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문장들은 평범한 언어들로 쓰여있었지만, 메시지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틀에 맞춰 쓰여진, 서, 본, 결론이 분명한 설득하는 글보다 더 많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는 데 충분한 힘이 있었다.


다양한 곳에서 수집한 다양한 문장들이 모여 하나의 책이 완성되었고, 저자 역시 그 문장들을 촘촘히 살펴 그 안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깨달으며 그런 깨달음들을 깨알같이 책에 적어두었다.

그저 블로그에 옮겨적어 놓을 법한 짤막한 글들이 한데 모여져 있으니,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런 작업을 누구나 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자신만을 움직인 문장들을 기록해 보는 것, 새해에 이런 취향을 가져보는 것도 멋진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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