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 이즈
한완정 지음 / 메이킹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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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네 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놓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자신을 지켜 준 사랑스럽고 늙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에 작가는 삶은 함부러 이렇다고 건방 떨지 말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이 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이 책은 세대와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쓰여져 있다. 

각각의 장은 작가의 외할머니인 남매 중 둘째 할머니 '이녹희'님의 이야기로 보통 시작이 된다.

첫 질문은 '자기 소개'이다. 마지막 질문도 동일하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바뀌었을지도 모를 자기 소개에 대해 다시 물어봐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누구의 엄마, 아내, 할머니로 소개하지 않으셨다.

그들은 전쟁을 겪었고, 부모를 잃었다. 그럼에도 평생을 남에게 해끼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남기신다. 분명 힘들었을 텐데, 슬픔보다는 이겨냄을 더 많이 보여주신다. 그 시절의 아픔을 담담하게 겪어낸 이의 등에는 단단함이 묻어있었다.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큰 내색은 않으신다.좋았던 기억도, 슬픈 기억도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 같다. 기쁨의 감정을 물건으로 표현하기도 하시고, 기억으로 드러내보이시기도 한다. 어릴 때 꿈과 지금의 꿈이 다르다. 지금의 나도 지금하고 있는 일과 상관없는 것들에 대한 꿈을 잠깐 가져본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인생의 발걸음, 그저 죽어가는 것, 철드는 것이라고 저마다 다른 정의를 내리신다. 팔십이 넘으신 어르신도 이제서야 철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하신다. 그들이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 삶들은 지금을 살아내면서 힘들었을 생을 되돌아보며 맞이하고 싶은 새로운 삶이었다. 새로, 바위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처음과 끝의 마이네임이즈는 조금 달랐다. 말씀을 전하시면서 인생이 정리된 기분도 들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사랑스러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진을 글 마지막에서 만나게 되니, 왠지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건방지게 그들의 삶을 한 마디로 정리하긴 어려운 것 같다. 그들의 삶을 잠깐 들여다본것, 그들의 생각을 잠시라도 들어본 것이 앞으로의 내 삶을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을 주었다.

누가 나를 인터뷰해주지 않더라도 내 삶은 어떠했으며 나의 소개를 어떻게 할지 한번쯤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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