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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하나의 단어들, 그 단어에 대한 생각과 관련된 다양한 감성들. 그것들이 이 책 '달 위의 낱말들'에 담겨져 있다. 단어의 연금술사,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황경신 작가의 책이라 생각의 단상들이 궁금하기도 했고, 오랫만의 책이라 기대가 되기도 하던 참이었다. '너'라고 지칭되어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지가 않아서 어떤 이야기들은 그녀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나에 대한 이야기 같기돋 했다.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가 말을 건네듯이 슬쩍 뎐져주는 것 같은 구성들이 참 흥미로웠고, 그렇게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니 스물 여덟 편의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속상했던 일들이 많이 있엇던 걸까? 무얼 고민하고 무얼 상상했기에 이런 글들을 썼을까 생각하는 동안 이야기들은 쉴새없이 진행되었고, 미처 앞 이야기에 대한 생각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뒷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아 짧게 끝나가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아쉬었다. 잘 익은 낱말 하나를 예쁘게 담아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듯 단어들도, 생각들도 쟁반에 예쁘게 담긴 손님용 다과상 같았다. 미리 며칠전부터 머릿속에서 그려보고 또 그려보던 정갈하고 정성스러운 다과상...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에 따스한 심장을 불어넣는 존재인 것 같다.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순간과 평범하고 수수한 모든 것들이 특별해지는 작가의 한 마디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책을 읽다 바라본 일상의 모든 것들이 특별해지는 건 이 책을 읽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선물같은 순간일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 당부된 말이 있다. 순서대로 읽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마구 펼쳐 읽기를.. 특별한 흐름이 없는 에세이집이기에 그렇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 당장 읽고 싶은 단어들부터 찾아보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나름대로 정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목차를 보다 가장 먼저 읽었던 건, 컴퓨터였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예전 컴퓨터 이름들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그녀의 컴퓨터의 역사를 보니 흥미롭기도 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단어들을 연결해 놓은 부분도 인상깊었다. 단어의 중력, 사물의 노력, 라임을 맞추려고 한 것 같기도 한 이런 소제목들 덕분에 한번씩 웃으면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