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새겨진 장면들
이음 지음 / SISO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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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과거'를 일정한 여유를 두고서 지금 시점에 다시 꺼내어 본다는 건, 삶을 되새김질한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차례대로 일상의 느낌을 기록하지 않아서 연결성을 찾을 순 없지만, 각각의 상황에 집중해보면서 그때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 말, 행동 들을 섬세하게 적어내려가고 있는 '내게 새겨진 장면들'은 보통의 에세이가 그렇듯 자신의 관점,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이차가 있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많은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하게끔 했고, 일에 대한 이야기는 고단했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에 대한 이야기, 작가의 어릴적 이야기는 우리의 그것들과 꽤 닮아있지 않았을까. 그것을 그려내는 언어는 달랐지만 그 속에서 분명 내 친구와 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살다보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때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듬다 보면, 어느새 그것들이 선명해지고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것들이 어쩌면 내 삶의 빈 곳을 채워주고, 지금의 나에게 작지만 큰 위로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나도 한 번 그래볼까 하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아직 편집되지 않은, 세상으로 나오지 않은 글을 담은 원고지처럼 각 장의 제목도, 소제목도, 글도 같은 글씨체로 아무 꾸밈없이 쓰여져 있고, 내용마저 솔직하고 담담하다. 작가의 감정과 일상들이 쉽지 않은 문장으로 쓰여있다. 일상이 꼭 의미를 가져야하는 것도, 예쁜 언어들로 수식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정돈되어 있는 과거를 만난다는 건 의미있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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