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40대인 작가가 인생의 후배들일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20개의 키워드로 풀어보는 그녀의 메시지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잔뜩 묻어있다.  지금 현재 가장 좋아하는 작가,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동시에 의지도 하는 작가를 만들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 때부터 매일 글을 쓴다는 정여울 씨의 글을 따라 몇 년간을 공부하듯 읽어나갔다. 인간관계로 몹시 마음이 혼탁했고, 갖가지 고민들이 부유하고 있던 그 때에 조용히 앉아 삶의 전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끔 도와주었던 책,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리커버 버전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망가진 인생조차 수리할 수 있는 마음의 기술들을 터득했던 시기로 30대를 정의하고 있는 작가는 그 아름다운 30대를 다양한 방법으로 현명하게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독서는, 여행은, 기다림이란, 생각이란, 그렇다면 어른이란, 이런 것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본 적이 있는가. 마음 속 상처들을 정말 깊이 연구하고 위로하고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본 적은 있던가. 이 책을 읽고나면 그래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아주 강한 강도로.

 30대라는 나이대를 살아가면서, 또는 어떤 특정한 나이대를 지내면서 자신에게 이 나이엔 이래야 돼. 라는 지상명령에 가려져 자신을 제대로 찾아보려는 노력은 등한시 하지 않았던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음을 우리는 이제 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또한 나의 나이대를 살아갈 인생의 후배들에게 어떤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전에 우리를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은 지금도 정도는 덜하지만 나에게 어떤 문제를 안겨주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 같다. 불안, 결핍, 소외감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 땐 미처 알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법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알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한 소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삶에 대한 애정이 없고서는 결코 나오지 못했을 글들, 마음들, 그러한 것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예쁘게 포장되어 모여있는 느낌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지난 날의 고민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어루만져보며 다시금 나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며 그때의 나를 위로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 책은 계속 인생책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