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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 일상은 번잡해도 인생은 태연하게
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김원은 황경신과 함께 늘 새로운 글을 쓰면 관심이 가는 분 중 한 분이다.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오랜 시간 나의 빈 자리를 채워주었던 PAPER를 떠올릴 때면 함께 떠오르곤 해서, 오래 생각해 보았기에 오래 알아왔던 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에세이집이다. 개인적으로 애주가인데, 몸 상태가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 조금씩 마시는 양을 줄여가고 있는 요즘,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마시지 않고도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니 말이다.
역시는 역시였다. 이십대의 마음의 빈자리를 잘도 찾아서 채워주던 그는 나보다 인생을 늘 먼저 살아가며 겪어온 삶의 이야기들을 교훈처럼 나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주변에 이런 사람 한 명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할 즈음이 되면 이 책에선 그래도 혼자 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적재적소' 이 말이 계속해서 생각날 정도로, 요즘 일에 치여 바쁘게 살면서 술 한 잔 할 용기조차 못내는 몸 상태인 나의 그 빈자리를 잘도 파고들어 그것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행복이란, 슬픔이란, 혼자 있는 것이란, 시간을 끊어서 산다는 것이란, 책임을 진다는 것이란,, 등등 살면서 드문드문 드는 생각에 관한 그의 나름의 정의를 읽고 있노라면 한 시름이 아니라 세 시름 정도가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늘 긴장된 체로 일상을 지내는 듯한 느낌이 강한 내 삶은 한 잔의 술이라도 있어야 편하게 잠들 정도의 몽롱함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굳게 잠겨져 있던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 예전부터 PAPER를 애독했던 건 바로 그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존재할 시간을 주며, 지금, 현재, 오늘의 나로 살아가는 것. 그것은 어쩌면 거의 모든 물음에 대한 대답일지 모르겠다. 나만을 위해 하루 중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는가. 나를 위해 산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그간 부정적이었는가.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책을 읽는 순간이 값진 시간으로 자리매김함을 느꼈다. 그럼 어때?라고 말끝마다 긍정해주는 편안한 친구와 술 한 잔 한 느낌이랄까.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술 한 잔이 생각나는 책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