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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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알고 있는 우화에는 동물이나 무정물의 의인화를 통해 등장하지만 이 책에선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마을에 모여살고 있다.  우화는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신비로운 설정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인생 우화에서도 신비로운 설정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그들이 하는 언행들이 다소 얼토당토않아 보이고 어리석어보여 우화의 형식을 어느 정도는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짧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있지만, 이 책을 제대로 읽고싶다면 각각의 이야기들이 품고 있는 진의를 파악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가벼운 이야기같지만 그것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소 무거운 것들이 많다. 우리는 거대한 헤움마을에 살고 있는 하나의 일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강한 확신으로 다가왔다. 그간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대부분 특별한 비판의식 없이 인식되었던 것들은 아닌지, 이런 바보같은 사람이 있나,,,하고 생각했던 대목에서 혹시 자신을 발견할 수는 없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 책에서 특별히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인데, 언제나 자신이 살고 있던 것과 다른 곳을 꿈꾸던 주인공이 나고 자란 헤움을 떠나 바르샤바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낮잠을 자는 사이 놓아둔 신발의 위치가 바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되돌아온 그는 끝까지 헤움의 자기집과 똑같이 생긴 바르샤바의 집에서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왜 살던 곳의 반대쪽 세상이 그가 살던 곳과 같은 세상인지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자신이 살던 세계로부터 잠깐 벗어났을 뿐인데 사람을, 세상을 대하는 인식에 대혼란이 찾아오는 것이다. 주인공 슐로모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해지는 건 물론이고 내가 저 상황에 놓였다면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의문도 든다. 누가 멀리서 바라보면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가까이에서 이 일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일상의 프레임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 벗어나고 싶다가도 그것이 내가 바라던 이상향 속에 똑같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게 되었을 때는 그것들이 얼마나 더 소중해질까? 우리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가지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어떤 책보다도 능동적인 독서가 가능했던 책이다. 이야기를 이리저리 뜯어보면서 그것이 맞건 틀리건 자신의 기존 생각과 맞춰보고 바꿔볼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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