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먼시계공, 99, 노서아가비에 비한다면 정말 남성미가 철철 넘치다 못해 짜릿한 맛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보아온 저자의

서적은 그저 시작인것에 불과한 것일까. 99를 예를 들면 의미심장한 사진들과 미리 앞서가는 미래를 보는듯한 특이한 구

성이었다면 밀림무정은 야성의 맛을 정말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할수 있다. 표지와 내용의 구성이 절묘하게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왜 저자가 15년이라는 시간을 아끼지 않았는지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 느낌을 단한마디로 요약할수 없을것 같다.

또하나는 현장을 가보지 않아도 변해버린 강산을 그대로 간접적으로 볼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서적과 답사를 했

는지 충분히 볼수 있고 왜 우리가 밀림무정을 기억해야하는지는 뼈아픈 역사가 말해준다.

 

저자의 첫마디는 "밀림은 자유고 도심은 공포다." 어떤 의미에서 쓴글일까 생각해본다. 구한말시대를 배경으로 한 부분이

압축적인 그 시대상을 말해주지 않을까. 모든것을 잃어버린 우리는 밀림에 갇힌 호랑이고 결국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붙

잡히는 수모도 겪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든것을 포기한것이 아닌 예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7년을 기다렸다. 하이란강에서 벌인 백호와의 결투에서 산은 엄청난 부상을 입는다. 평생을 불구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

러나 그에게는 복수할 대상이 있었다. 흰머리를 잡기위해 7년을 기다렸다. 수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다시 돌아온 개마고

원에서 뜻하지 않게 기차안에서 주홍(그미)를 만나게 된다. 그시절 우리는 주권을 빼앗긴 상태였고 일본은 해수격멸대를

구성해 호랑이를 전멸시키려 한다. 왜 해수격멸대가 구성되었는지 우리의 기상을 죽이려는 의도가 숨어있었을 것이다.

한편 그렇게 7년을 기다려온 결투에서 싱겁게 흰머리가 산에게 붙잡히게 된다.(이부분에서 약간 의기소침해지고 속상하고

왠지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결국 흰머리를 창경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지만 산은 결국 그것을 용납할수가 없다. 히데오

에게 대한 감정 또한 그리 호락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닌 산과 주홍(그미)의 로맨스가 남자냄새가 찌든 부분을

화사한 꽃향기로 풀어넘치게 해준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한마디에 두 연인의 앞날은 그리 어둡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1,2편으로 나뉘어진 대장편소설이지만 흥미롭게 읽어갈수 있었다. 지금껏 읽어본 저자의 책에서는 느낄수 없었던 새로운

냄새를 맡을수 있는 기회였다. 한사내의 7년의 기다림 그리고 끝없이 벌어지는 결투 결국에는 슬프지도 웃지도 못하는 결

말이지만 한쪽 가슴이 아리는건 어쩔수 없었다. 이루지 못한 사랑보다도 끝까지 살기를 바란 흰머리에 대한 애정이라고 할

까. 역사앞에 내둘린 우리의 뼈아픈 감정과 모습을 보지 않았도 느낄수 있고 왜 저자가 흰머리를 산과 동일시한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우리의 자각을 끌어내긴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또하나는 읽어가면서 보게되는 단어의 조합이다. 비록 어려운 말도 있었지만 작가의 어려움을 알게된 순간이기도 했다. 작

가라 하면 모든것에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격언을 할줄 알아야하는데 밀림무정에는 결코 독자들이 넘볼수 없는 지식이 있었

다. 한글을 왜곡해 쓰고 있는 현실에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단한미디로 남자를 위한 소설이라고 할수 있고 우리

의 과거를 다시 되돌려보는 시간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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