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건네는 말들 - 방문 진료 의사의 노인, 돌봄, 존엄을 둘러싼 기록
전영웅 지음 / 파지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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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돌봄이 건네는 말들/ 전영웅 지음/ 파지트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이제 돌봄은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저자는 방문진료 의사로서 환자들의 삶과 돌봄의 현장을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는 제주에서 개인 의원을 하며 방문진료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진료실 자본론』이 있다. 『돌봄이 건네는 말들』에서는 노년과 돌봄, 그리고 삶 존엄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에는 노인은 삶의 경험을 온몸에 축적한 지식 창고 같은 존재였다.' 112p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생산성과 효율이 중요한 가치로 바뀌었다. 그 결과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손실이자 소중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생산활동에서 멀어진 노인들은 사회적 관계마저 단절되기 쉽다. 이러한 고립은 우울감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인용하며, "세상에서 고립되고 사회와 연결 관계가 단절된 이들이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에 투항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고 한다." 113p

이어 저자는 "노인들이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를 흡수하여 거리로 나와 스스럼없이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흔들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외친다"라고 지적한다. 113p

이런 현상이 과연 노인들만의 문제일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는 일은 모든 세대에게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판단하는 우리의 능력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격화된 우리 사회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참고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노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돌봄은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 114p

저자는 돌봄이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돌봄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사회적 배려다. 이런 사회적 배려가 누구에게는 선의를 실천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결국 돌봄을 어떤 가치로 받아들이고 실천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노년기로 접어들고 있다. 평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는 내가 언젠가 내 몸을 타인에게 맡겨야 하는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신이 온전치 않고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부터 자기 돌봄을 준비하려 한다. 지금의 노인 세대에는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돌보며 살아온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의 삶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무리

예전에 유명 가수의 의료사고를 접하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달라졌다. 저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환자의 곁을 지키며 자신의 의술을 베푸는 삶이 돌봄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돌봄의 가치를 삶으로 실천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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