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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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다시 다음 세대에게 남긴 베리 로페즈 작가 사후에 나온 에세이 모음집이다. 고통에서 치유로 향한 그의 여정을, 리베카 솔닛은 ‘성배를 찾는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삶의 대부분 자연과 함께 글을 쓰며 사유했던 기록들을 따라가면서, 회복에 대한 영감을 얻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 그는 학대로 얼룩진 아동기를 보냈고, 하늘 한 조각,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 흘러가는 물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환경 덕분에 버텼다고 말한다.


🔖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오는 내 머리 위의 새들을 올려다볼 때, 흔들바람에 마른 유칼립투스 이파리들이 소용돌이 칠 때, 인적 드문 샌타모티카 산자락 어디쯤에 혼자 앉아 코요테나 브러시토끼가 나타나길 기다릴 때,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기운이 솟았다._108p


🐧 가슴 벅찬 것들이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란다.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단지 인간이기에 누리지만, 우리의 존재에 비하면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너무나 풍요롭고 에너지가 넘친다. 감히 우리가 재단할 수 없는 존재다.


🔖 이 순간에도 여전히 가능할까? 운집하는 어둠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지구라는 대상을 향해 그리고 우리 자신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향해 어색해하지 않고, 열렬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이 불타는 세계를 두려움 없이 부둥켜안을 수 있을까?_255p


🐧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에겐 현재 우리 손에 가장 소중한 것들이 주어져 있을 것이다. 자연을 돌아보는 법을 배웠다면 소중히 간직하고 다짐하자. 손에 쥐었어야만 했던 것보다 현재 나를 살게 하는 힘을 찾아보자고.


🔖 그 때 묻지 않은 시절에 대한 갈망이 때로 걷잡을 수 없이 차오를지언정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게 내가 가졌던 것, 혹은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_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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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치유하는 뇌 - 개정판
노먼 도이지 지음, 장호연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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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글에서 뇌와 회복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평소 뇌와 뇌질환, ADHD, 치유와 회복은 관심분야였다. 뇌를 뜨개질 하는 듯이 보이는 표지 디자인의 독특함에 감탄 한번 하고,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책이 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뇌에는 회복의 힘, 그것도 스스로 치유하려는 힘이 존재한다’ 라는 것이다. 이것은 뇌가 신경가소적이라는 것인데, 신경가소성은 뇌가 정신적 경험에 반응하여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속성을 말한다. 우리를 치유하는 일에 뇌도 크게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통증을 줄여, 회복과 치유를 돕는 것도 뇌의 역할이다. 고통의 만성화에도 가소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놀랍고 흥미로웠다. 만성화된 트라우마, 우울, 불안 등 심리적 통증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 심리적 이유로 우리는 통증에 사로잡히면 처벌받는다고 느낀다. 그러나 무의식적인 죄책감과 연관되는 특정한 신경증적 갈등을 제외하면, 뇌와 신경계는 통증을 겪는 사람을 ‘벌주려고’ 하지 않는다. 생명 체계가 다 그렇듯이 뇌도 항상 안정적인 상태를 지향한다. 문제는 뇌가 가끔은 만성통증의 상태로 안정화된다는 것이다._47p


🐧 그렇다면 가소성을 발휘한 치유에는 어떤 메커니즘이 있는가. 책에서는 파킨슨 증후군, 난독증, ADHD등을 사례로 들며 어떻게 왜 작용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특히 8장인 ‘소리의 다리’는 음악과 뇌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평소 감각이 예민한 편이고, 특히 청각이 가장 날서있는 편인데 이 점은 ADHD 당사자의 집중력을 더욱 뺏어가는 면이 있다. 그래서 책에 나온 사례와 음악이 뇌에 주는 영향을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 신경세포가 음악과 일치하여 발화하므로 음악은 뇌의 리듬을 바꾸는 방법이다._493p


🐧 신체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 늘 놀라운 점은 우리 몸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혹은 그 이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도 마찬가지다. 뇌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치유하며,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남은 것은 우리가 뇌의 치유력을 믿는 것이다.


🔖 그러나 진정한 경이는 치료 기법이 아니라, 수백만 년의 세월 동안 뇌가 진화시킨 정교한 신경가소적 능력과 독특한 방법으로 회복을 지휘하는 뇌의 독특한 과정이다._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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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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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과학자라는 서사를 따라가보고 싶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질문하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갔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 수천 년 동안 학문에서 여성은 배제되어왔다. 작가는 대학에서 여성으로서 받는 시선과 질문이 두려웠고, 한편으로 궁금했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 나는 질문만 한가득이고 대답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에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_26p

🐧 우울증과 PTSD로 평생을 시달리면서도 내면에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움츠러들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 과학자를 사로잡은 것은 우주와 행성이었다.

🔖 이렇게 미적인 아름다움, 이론, 관찰이 함께하는 주제라니 내가 여러 해 동안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_122p

🐧 그리고 질문을 통한 사유, 우주와 닮은 삶, 우리 삶과 닮은 우주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고 학습하기를 바라며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질문한다.

🔖 “여러분이 던질 질문이 마치 창처럼 저 멀리 언덕까지 날아가 떨어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 그 질문을 향해 나아가고, 우리가 그 대답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_314P

🐧 과학, 우주, 어려운 용어들과 낯선 행성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여성으로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삶이 담겨있다. 누군가 그녀의 입을 막고, 가로막는 순간에도 한번 더 용기를 냈다. 스스로에게, 세상에게 질문하고 궁금해했다. 우리 모두 삶에 굴복하지 않고 질문을 저 멀리 날려보내고, 그 질문을 향한 대답을 탐구하고 자신만의 정답을 만들고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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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카페 싱긋나이트노블
구광렬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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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자살, 삶, 죽음.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 내용은 한 톡방에 청년들이 모여 자살을 함께 이야기한다. 울다가 웃다가, 그야말로 웃픈 내용들이 이어진다. 소설은 청년들의 희망 없는 하루, 내일이 그려지지 않는 오늘을 들려준다.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마저 쫓겨나는 삶, 가게 손님들의 희롱..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칠수록 무언가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 명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오늘 하루 유실되지 않고 열심히 따라왔구나.’_19p


🐧 청년들의 암담한 삶에 그들을 구하고 싶은 청년, 준혁은 그들의 톡방에 섞여든다. 최대한 이벤트를 유예해보려 애쓰지만 결국 4일 뒤로 결정되고, 그날은 빠르게 준혁 앞으로 배달된다.


🔖 거짓말도 그런 거짓말이 있을까. 돌아와서 시체로 가득차 있을 자신의 영업장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회원들이 느낀 괴리감은 ‘걱정 마시고’에서가 아니라 ‘다녀오세요’에서 느꼈다. 그것은 이승과 저승 간의 간극을 의미했기 때문이다._142p


🐧 청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작가는 청년들의 자살률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죽음에도 때론 연대가 필요한 청년들에게 이 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될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이 젊은 목숨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사회에 떠밀린 이 삶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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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8 - 차이콥스키, 겨울날의 찬란한 감성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8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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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와 클래식이라니. 지식수집가 인프피에게 낯선+낯선 단어의 조합은 최고의 도파민이다. 차이콥스키와 러시아라는 익숙한듯 어색한 이름과 나라,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 난처한 시리즈는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으로 이번 신간을 포함해서 무려 8권이나 출간된 클래식 입문서다. 막연히 ‘듣기 좋다’를 넘어 다른 감상을 써내려 가보고 싶었다. 마음을 울리는 데 그저 ‘좋다’라는 말만 하기에는 어쩐지 싱겁고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런 갈증을 일부분 해소해 주었다. 게다가 책의 구성이 알차다. QR코드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사진과 그림, 일러스트 삽화까지 담겨있어서 지루하고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을 재밌게 읽어낼 수 있다.

(다음 사이트에서도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다. http://nantalk.kr)


🐧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차이콥스키가 활동했던 시기로, 민족주의 운동이 음악에 영향을 미쳤던 19세기에서 시작한다. 이어서 차이콥스키의 성장과정과 정상으로 향하기까지의 슬럼프와 음악이 창작될 수 있던 배경과 사건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차이콥스키 뿐 아니라 그야말로 러시아 클래식의 궁금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 클래식 ‘수업’이라는 제목답게 책의 내용들은 구어체로 되어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궁금한 내용들을 질문하면 선생님이 바로 대답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모두 읽기 좋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생겼는데 어떤 지식부터 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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