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유감
이기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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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이기주 기자다. 지난 1년간 가장 뜨겁고 날카롭게 정부를 지켜본 사람 중 한 명 아닌가. 이거면 충분히 궁금하다. 이 기자의 날카롭게 벼려낸 문장과 단상을 함께 읽어나가보고 싶었다.

🐧 기사와 기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권력 구조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행사를 빙자한 기업과의 공생관계, 지역 갈라치기, 언론사 내부의 폭언과 배척까지. 기자 본인의 신념 외에는, 아니 때로는 신념마저도 모든 것이 위태롭게 기자와 언론을 흔들어대는 세상이 더욱 큰 문제다.

🔖 공짜 골프를 즐기는 것을 넘어 기사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시급하다._30p

🔖 이 일은 엄연한 회사 폭력이었다. 배척과 증오로 얼룩진 폭언과 폭행의 순간, 적어도 그때 MBC에 그리고 나에게 인권은 없었다._41p

🐧 이기주 기자는 냉철하게 꼬집는다. 그럼에도 우리 기자들에게는 더욱더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기자의 직무라고 외친다.

🔖 국민이 5년 동안 일방주의 통치를 견디는 고통에 내몰리도록 기자들은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 1933년 독일처럼 우리는 오만과 착각의 늪에 빠져 반자유주의 정권의 탄생을 방치했다. 검증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기자들부터 반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_59p

🐧 기자의 직무를 꼬집고, 공영방송 사장이 역할을 못한 것 아니냐고 되묻기까지 했던 기자에게 온갖 협박이 쏟아졌고, 결국 일이 터졌다. MBC 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가 통보된 것이다. 이미 여러 번 겪은 비상식적인 상황에 이제 분노도 올라오지 않는다고 말할정도로, 최고 권력자가 언론에 휘두르는 권력은 대단했다.

🔖 그런데 이미 비상식적인 상황을 여러 번 겪어서 그런지 나는 일방적인 탑승 불허 통보에도 언론 자유나 언론 탄압 같은 거창한 분노는 올라오지 않았다._107p

🐧 이 시대에 살면서 언론에 대한 감흥이 점점 말라가고 있다. 2023년, 전세계적으로 어마무시한 위력을 떨쳤던 전염병의 종식까지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이 시기에 언론의 자유가 논란되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헷갈릴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기사들이 넘쳐나는 때인지라 점점 말라가는 듯하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300여 명의 학생들이 죽어갈 때에 “전원구조”라는 최악의 오보를 낸 그때 이후, 언론이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언론을 대하는 권력자들의 태도와 언론인들의 행실은 정말 ‘유감’이다.

🔖 권력이 요구하는 협조 체제와 예의범절, 국익과 액구심은 통치자의 논리일 뿐이다. 언론은 통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_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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